바로 지금!
저 멀리 사람들이 하하호호이힛헤헤 떠들며 흔들흔들 오고 있어. 그럼 나는 그들의 목소리와 옷매무새와 몸을 건들거리는 각도를 유심히 보고 나서 어떤 사람들인지 규정을 하지.
나랑 상관없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여럿의 뭉탱이, 삼인칭 복수(They)라 내 앞의 떠억 눈 똥그랗게 서 있는 사람(You)이나 사람들(You)과 동급으로 취급해.
They are cheerful people.
You are my friend.
You are good students.
그런데 바로 그때!
보이는 끝 모퉁이 스르르 천천히 다가오는 한 생명체가 있어. 옷이 노랑이어도 신발이 보라색이어도 그 하나를 어떻게 당장 규정할 수가 없어. 그러니 당연히 두려움으로 기다려. 한발 한발 다가오기를 말이야. 같이 움직이는 동료 패거리들이 없으니 더더욱 그 독특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래서 표시를 해두는 거야. 어떤 동물(It)인 것도 같고 물건(It)인 것도 같아, 여자(She)처럼도 보이고 남자(He)처럼도 보여. 하나의 연(Kite)으로 날아오를 것 같기도 하고 빗방울(Drop)로 떨어질 것도 같아.
어디로 가는 걸까.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지도 몰라, 그냥 이미지로 남을지도 몰라. 도대체 뭔지 알고 싶어. 불안만 커지고 있는 거야. 그래서 다르다는 표시를 해두는 거야. 삼인칭 단수 뒤 상태와 동작을 나타내는 말에 -s, -es 꼬리를 붙여둬. 지금 현재 실체를 몰라서 불안하니까 말이야.
It is a shade.
She is a ghost.
He is a gangster.
A kite flies away from me.
A drop of rain falls onto my cheek.
우리는 왜 혼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두지 않을까요. 왜! 조직으로 그룹으로 뭉탱이로 패거리로 있어야 안정스럽다고 느낄까요. 왜냐면 혼자로도 제대로 자신을 지탱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두렵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래서 표시를 해두고 계속 주시하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영어를 가르칠 때 스토리텔링으로 표정과 몸짓 연기를 하며 아이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문법 꼭지 하나가 저를 항상 고뇌하게 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혼자 있어도 존중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어눌하고 달라도 왕따 같은 거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와 학교는 항상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주 작은 다름 하나로 얼마나 가르고 나누고 짓밟으려 하는지 슬프기도 합니다.
인지과학자인 Steven Pinker가 한 말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Humans are ingenious at sniffing out minor differences to figure out whom they should despise. - Steven Pinker
인간들은 누구를 경멸할지 알아내기 위해 사소한 차이점들을 냄새 맡는 데 천재적이다.- 스티븐 핑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