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투 얼쓰
[영어표현] down-to-earth, 현실로 돌아온, 현실적인
조선시대 짚신을 보았다. 박물관 진열장 안에 들어 있는데도 무척 강인하고 안정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 신고 서 있는 것도 같아 눈빛이 있을 것 같은 위치로 올려다보며 마음이 서늘했다.
신발을 보면 그걸 신은 사람을 상상한다. 그리곤 올려다본다. 마치 습관처럼 투명한 공간 안에 어딘가 뜨고 있을 눈을 바라보며 이내 그 신발을 신고 걷거나 달리는 사람을 그린다.
현실을 달리는 사람, 땅에 발을 대고 있는 안정감에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편해진다.
다른 공상을 하다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도, earth로 내려와 발을 땅에 착 붙이는 상상을 하며 down-to-earth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첫 번째 내가 좋아하는 의미다.
언제나 실제적이고 직접적이며 현실적인 사람을 묘사할 때도 이 표현을 쓴다. 사실 나는 이 down-to-earth 한 사람은 아니다. 매일 다른 세상에서 둥둥 떠다니다 돌아온다.
고도의 생각하는 뇌가 필요한 피드백, 이틀간 아이들의 머릿속을 탐험하느라 웃었다 울었다 울렁거리다 답답한 안정되지 않은 감정으로 허우적거리다가 이제야 현실로 돌아왔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불안증이 증폭되고 외로움에 덜덜 떨다 도움의 손을 뻗고는 여전히 부끄러워 소스라치던 순간들이 꿈같다.
멍하게 현실로 돌아온다. 이런 상태가 down-to-earth, 막 돌아왔다, 내 현실로.
이제 현실의 전투가 남았으니 현실적으로 직접 부딪혀야 한다. 현실을 피하고픈 비겁함이 꿈틀대지만 결국은 해낼 것이다.
내 파란 운동화를 본다. 바닥에 척! 하니 제대로 붙어있다. 운동화를 신은 내 상상의 모습을 타고 올라가 나 자신과 눈을 맞춘다. Are you ok? 괜찮니? 응, 괜찮아. down-to-earth 해야지.
어느 불확실한 별로부터 막 down-BACK-to-earth 했는데, 이곳에서 잘 살려면 진짜 정신 바짝 차리고 down-to-earth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