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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26. 2024

희귀한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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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어서 귀한 것을 만나면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것이 사물이라도 신기할 지경이나 보이지 않는 것일 경우에는 눈물이 난다.


특히 사람으로부터 나온 것이면 이건 산삼을 발견할 때보다 더 큰 목청으로 소리칠 것이다.


心봤다


마음을 만날 때보다 놀라운 광경이 있을까.


게다가 정성을 꼭 안고 다가오는 마음이라면 심히 숭고하지 않은가.


우리가 외로운 건 정성을 자주 만져보지 못한 탓이다.


정성을 겪어본 지 오래되어 정성이 정성인지도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


정성을 맛본 지 오래되어 정성의 본디 색깔을 떠올리지 못해 욕망하지 못하는 게 서글프다.



정성을 지우니 담이 사라지고 편해진 면이 있으나 그렇다고 더 가까워진 것은 결코 아니다.


정성의 수고로움은 관계를 튼튼하게 지켜주고 나의 내면을 아름답게 다룰 수 있게 한다.


정성을 안 주고 안 받는 삭막한 시대를 살고 있다.


정성은 한낱 한가로운 이들의 전유물로 치부되고 경제적이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고 거추장스러움으로 밀쳐진다.


여러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고 여러 장애물과 마주해야 하는 정성은 점점 구태로 취급된다.


그래도 정성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부분은 말하기와 글쓰기가 그러하다.


정확하게 마음을 담아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말하기는 정성의 표정이 된다.


적확하게 생각을 담아 넘치지도 부족하지 않는 글쓰기는 정성의 몸짓이 된다.


살기 힘들어질수록 내가 가진 정성의 샘을 자주 길어 올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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