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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그러했고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여전히 글쓰기에 있어서만큼은 지혜로운 이가 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어리석은 이의 조건으로부터는 열심히 달아나려고 애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안의 사슴은 어디에도 발 붙일 곳이 없을 테니까.
사슴의 생사는 밤새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다.
내 글의 생사는 차가운 모니터에 찍힌 활자들이다.
늘 사냥꾼들의 총에 겨누어진 운명처럼 나의 글들도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커서는 맥박처럼 달리고 채찍처럼 보채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숨죽이게 한다.
그냥이 재능이 될 때까지 그렇게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