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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03. 2024

글쓰기 지론

0601

대체로 글쓰기는 두 부류로 구분되는 것 같다.

아는 것을 쓰는 것
알고 싶은 것을 쓰는 것


알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은 결국 모르는 것을 쓰는 것이니 숙지이냐 무지이냐가 관건이다.

사실 모르는 것을 쓴다는 것은 정녕 완전한 무지라기보다는 완숙한 앎으로의 탐구다.

오히려 아는 것을 쓰는 것이야말로 무지의 단면을 탐닉하는 것이다.

그것이 틀렸다가 아니다.

아는 것을 기술함으로 해서 아는 것 사이의 간극에서 무지를 발견하고 탐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는 것을 쓰게 되면 기존의 획득된(혹은 습득된) 경험과 정보를 기술하는 수월함이 있다.

쓰는 과정에서 흐름의 정리와 전체적 구도를 정비할 수 있다.

미흡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더 보강된 공부와 연구로 넘어가기도 한다.

장점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칫 내용을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르치거나 훈계조의 문장을 사용할 수 있다.

아는 것을 모두 쓰고 나면 진짜 중요한 것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마침내 알게 되는 충격을 선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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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것을 쓰게 되면 막막함으로부터의 시작을 즐긴다.

바람의 문장으로만 점철되지 않아야 하며 추측의 종결어미로만 쓰이지 않아야 한다.

가지런히 마음의 리듬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고스란히 옮기는 작업을 느긋하게 시도한다.

차츰 알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들을 선별해 쓰는 것임을 알게 된다.

아는 것을 쓸 때와는 달리 필터가 촘촘하니 거침없이 쓰지는 못하지만 거칠지는 않다.

알고 있는 것들을 애써 피해 쓰게 되지만 그것이 모르고 있음을 증거 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은 아는 것들의 완전한 보장을 믿지 않아서다.

아는 것을 쓰게 되면 이내 모두가 아는 것이었거나 모두가 알고 싶지 않은 것으로 서둘러 옮겨가기도 한다.

알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은 아는 것에서 다른 아는 것으로의 시급한 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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