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Feb 02. 2024

0ㅇ0ㅇ0

이월이일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 다섯 개, 둥글 동글 축하를  하루를 보냈다.


글의 모퉁이만 읽은 부족함도 소나기 같은 열정으로 쏟아져 내리고, 투명한 모시 같이 시원하고 상쾌했던 내 이월 이일이 지나고 있다. 벌써 그리운 오늘이 천천히 닫히고 있다.


오늘 나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보냈다.


세상의 소통으로 나를 끌어다 준 그녀랑 커피와 에그 샌드위치를 오물거리며 새삼 행복한 오늘이었다. 그녀가 풀어놓은 미리 크리스마스 보따리에는 고운 필사를 위한 노트와 만년필과 잉크와 영양제가 들어 있었다. 필사의 기운과 가치를 전수해 준 그녀 덕분에 나는 새벽 필사로 하루 생명을 연다.


진한 민트색 바탕의 꽃무늬 노트, 하얗게 빛나는 만년필을 건네다 말고 다짐을 하나 받아야 한단다. 꼭 오른손이어야 해요. 내 왼손의 흔들림을 감지했는지 오손의 다른 준비를 눈치챘는지 그녀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행복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그녀는 나를 예뻐해 준다.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젖혀도, 꺼억 꺼억 웃다가 의자가 뒤로 넘어갈듯해도 가만히 미소 지어 나를 봐주는 그녀다. 매번 주면서 기쁘다 한다.


얼마 전 나는 한 달음에 드라이빙해서 그녀에게 책 한 권을 주자마자 허그를 꼭 해주고 돌아왔다. 5분의 만남은 5년의 향기가 될 수 있다. 그 책을 읽으며 그녀가 행복하면 좋겠다. 예쁜 꿈을 꾸며 살았으면 좋겠다.


받는 거보다 주는 게 훨씬 더 기쁘다.


그녀에게는 주고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