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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02. 2024

육백 번째 숲

0600

여전히 숲 속을 헤매입니다.


날마다 찾는 숲인데도 말이죠.


멀리서는 그곳에 길이 있을까 하다가도 가까이 다가가보면 무수히 많은 오솔길들이 있더군요.


이정표도 없고 신호등도 없어서 자유롭다가도 이내 막막합니다.


늘 숲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자잘한 욕망의 부산물만 투기하다가 타인이 쌓아 올린 예쁜 탑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돌아오곤 합니다.


어찌 내 것이 아닌 것들은 죄다 눈부시고 아름다운지.


지난 600일간의 숲 산책은 肉白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온몸이 하얘지는 나날이었죠.

매일 수 백명의 독자 앞에 들키는 허술한 문장들과 설익은 철학들이 숲 속의 나무사이로 숨고 싶은 다람쥐 같은 마음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은 체념입니다.

이미 만천하에 들통난 불 탄 민둥산의 심정입니다.

다시 묘목을 심는 심정으로 마음을 고쳐잡습니다


천 일이 되면 조금 나아지겠죠.

순수함은 처음보다 퇴색되고 글쓰기능력은 처음에서 제자리걸음하는 이 반복을 말이죠.


그래도 이건 감사해야겠어요.

여러분이 눌러주신 라이킷이 나이스였어요.

가끔씩 댓글로 글목소리 들려주시면 그때엔 너무 기뻐 토끼처럼 하루종일 날뛰곤 했답니다.

혼자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맞아요.

그건 확실해요.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실망스럽고 엉망인 숲 산책을 보더라도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세요.

제가 성장이 더디거등요.


https://brunch.co.kr/@voice4u/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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