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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n 25. 2024

이름과 그 빛

뜨거운 실명

보이는 것들의 이름과 

볼 수 있는 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조금씩 아끼며 

불러본다


타오르는 불의 뾰족한 날

타버리고 마는 빛의 여운

스카알렛 레드의 와인

주홍으로 흐르는 눈 빛

진노랑의 크림 단호박 수프

누렇게 바래지는 글썽임

청명하게 울리는 잔의 키스

다하지 못한 뜨거운 떨림

가장자리를 걷는 무거운 발

위태로이 흔들리는 시야


이 모든 것들의 예민한 이름들

저 많은 것들의 각진 이야기들

손 끝으로도 감촉할 수 있을까

귓불을 흔들어 닿을 수 있을까


움직이는 감각이 온전히 모여

신선한 창이 열릴 때까지만

창이 열려 빛의 끄트머리에

아쉬워할 수 있을 때까지만

충분히 충실히 느낀대도 좋아


이름 있는 것들의 이름을 모아

빛을 하나씩 달아주고 나서

나도 그 빛들 중 하나가 되어

환하고 밝은 실명을 갖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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