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실명
타오르는 불의 뾰족한 날
타버리고 마는 빛의 여운
스카알렛 레드의 와인
주홍으로 흐르는 눈 빛
진노랑의 크림 단호박 수프
누렇게 바래지는 글썽임
청명하게 울리는 잔의 키스
다하지 못한 뜨거운 떨림
가장자리를 걷는 무거운 발
위태로이 흔들리는 시야
이 모든 것들의 예민한 이름들
저 많은 것들의 각진 이야기들
손 끝으로도 감촉할 수 있을까
귓불을 흔들어 닿을 수 있을까
움직이는 감각이 온전히 모여
신선한 창이 열릴 때까지만
창이 열려 빛의 끄트머리에
아쉬워할 수 있을 때까지만
충분히 충실히 느낀대도 좋아
이름 있는 것들의 이름을 모아
빛을 하나씩 달아주고 나서
나도 그 빛들 중 하나가 되어
환하고 밝은 실명을 갖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