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통할 거라는 설렘을 기대하는 오류는 왜 이렇게도 피할 수가 없을까. 서로, 거기서부터 관계적 깊이를 잘못 가늠한다. 아직 서로가 아닌 상태인데도 기어이 모아두고 억지로 웃는다.
서로 좋게 해결해요.
그건 아직 문제들이 사이에 남아 좋아질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서로 잘 통할 거 같아요.
통해본 적 없으니 실낱같은 의지로 눈치 보면서 의중을 떠보는 것이다.
서로 들어보면 좋겠어요.
여전히 불통 상태라서 일단 한 사람씩 제대로 잘 들어보자는 말이다.
잠시 마주 보며 어색함을 참으면서 서로가 되어보니 난 네가 아니고 넌 내가 아니라서 슬프다.
벌컥벌컥 희망적이고 일단 순간의 호감에 빠져 버리면 누가 뭐래든 해바라기가 된다.
옆에서 누군가 계속 호루라기를 불어 주지 않으면 프라이팬 빈대떡처럼 이리 뒤집혔다 저리 뒤집혔다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놓고도 행복한 호구였노라 하루 일기장을 채운다.
그러다 꽈당! 보기 좋게 넘어지면 집나갔던 이성이 느릿느릿 들어온다.
"여백이 이상한데요?"
"일부러 그렇게 해드린 건데... 마음에 안드셨나보다."
어느새 말이 반이 된걸 보니 내가 만만한가 보다. 잠시 흐르는 침묵을 봉합하며 직선으로 다가간다.
갤러리 견본엔 그런 비율은 하나도 없으니 직감은 실수했군 이성은 요것 봐라다. 멋지게 끝마쳤노라 자랑하려다 불균형 여백 태클에 걸렸어도 밀고 나갈 기세가 괘씸하다.
"이 부분이 서로 바뀌었어요."
"그렇게 요청하셨던가요?"
무척 띄엄띄엄 주문서를 확인한 걸 보면 살짝 내 쪽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과 사는 서로 건너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면 안 되는 거다. 정신 차리고.
결정적으로 주문과 완전히 다른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내 꿈과는 다른 세상에서 길을 잃고 마음도 상하고 약속은 못 지키고 발등을 찍을 뻔했다.
통하는 끄덕끄덕이 아니었다. 할 수 있다는 그럼요 그럼요가 아니었다. 빠른 오케이 신호를 위한 깜찍한 연기였나 갑자기 사악한 마녀 버전이 된다.
어느 지점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을지 처음부터 주르륵 시간을 훑는다.
몇 가지 의문은 나의 남은 과제다.
몸짓의 신호는 거품일까.
소통에 완벽이 가능할까.
관계에 예술이 실현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