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가 손을 흔들며 희서에게 신호를 했다.
“여기!”
예상대로 동후와 준하가 함께였다. 둘은 어색하게 일어나 희서가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서는 밝은 듯 둘과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지내기는 괜찮니?” 미주가 물었다.
“응, 이젠 집 같아. 2주 동안 있었잖아.”
“어떻게 지냈어? 많이 허전하지?”
준하가 희서를 바라보며 물었을 때 희서는 준하의 정면이 참 낯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편안해 보였다.
“응, 위로해 줘서 고마워.”
사실은 허전하다는 말은 희서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정말 하나도 허전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혼자 살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마음이 허해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희서에게 치욕을 남긴 아버지의 다이어리를 다 읽고 나니 그제야 떳떳하게 자유를 얻어 세상에 독립한 것 같았다.
“너희는 어떻게 지냈니? 만난 지 꽤 오래되었네. 벌써 삼 년이나…”
“우리야 뭐, 군대 갔다 오고, 복학하고, 사는 거 적응하는 중이지.”
동후는 흔들림 없는 차분함이 이전과 그대로였다.
“장례식에 와주어서 고마워. 나 떠나기 전에 모두 같이 한번 만나자.”
미국에 언제 돌아갈 건지 공부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건지 물어보는 미주에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두 질문의 답이 충돌해서 거품이 되어 허공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 희서가 돌아갈 곳이 있던가. 돌아올 곳은 한국이던가. 그제야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온몸이 차가워졌다.
어디를 가도 상관없었다. 어디에서 새로 시작한다 해도 이제는 자유다. 아무도 희서를 향해 서 있지도 바라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는 세상에서 그녀가 설 곳을 선택하면 될 것이었다. 미국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미국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다음 순서였다.
의례적인 감사 표현에 이상하게 어색해진 만남이었다. 그래도 잘 있는지 물어봐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고마웠다. 헤어질 때에는 만났을 때와는 조금 다른 악수를 했다. 삼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어색한 눈 맞춤의 악수가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고맙고 따뜻한 악수로 느껴졌다.
남은 2주 간 한국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막 시작해 놓은 박사 과정을 잘 마치고 그곳에서 직장을 얻어 정착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확신했다.
며칠 후 준하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