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mplete Unknown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주말 나들이용으로 곱게 개어진 청바지를 꺼내 주중에 입기로 했다. 내 마음대로 해석하여 초대형 캔버스 천으로 만든 바지를 꿰맨다. 주인장은 주말에 입고 나는 주중 한 날 슬쩍 입기로 한다. 주말에만 입기에는 너무 아까운 청바지다.
이숲오 eSOOPo 작가의 '매거진 개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 건가. 잘 모른다. 주인장이 주말에만 입겠다는 매거진, Mega-Jean, 초대형 청바지를 나는 주중에 도둑처럼 슬쩍슬쩍 입어보려고 한다.
새 날이 시작되었어도 어제처럼 까마득하다. 전 날이 그리했으면 조금 열어 빛을 주어도 괜찮을 텐데 기대를 훨씬 뛰어넘은 막막함으로 두 해의 경계에서 오랫동안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시간을 조용히 넘는다.
예나 지금이나 스토리텔링은 강하다. 시대를 소리치는 가벼움으로 불의와 무의를 향해 힘차게 던지는 그물이다. 새털 같은 푸석한 먼지를 밖으로 몰아내고 묵직한 가치를 건져 올려 두둑이 챙긴다.
가볍게 뱉는 욕지거리나 비아냥거림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지금을 살릴 생명의 기운을 온 힘 다해 들어 올린다. 그런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밥 딜런을 주제로 한 영화는 그의 예민한 내면의 갈증과 그가 분노하는 외적인 세상의 호흡을 같이 다루고 있었다.
나는 그가 안주하고자 했던 따뜻한 가슴에 눈길이 끝내 머물렀다. 그녀가 머물기를 원했던 그, 그의 그녀가 결국 떠나며 하는 말은 내가 곧 할지도 모르는 세상에 대한 마지막 메모 같은 거였다.
'Don't ask for the moon; You have the stars.'
'달을 바라보지만 마; 넌 많은 별들이 있으니까.'
'너무 이상만 추구하지마; 현실적으로 이뤄야 할 많은 것들이 있어.'
'나만 바라보게 할 순 없어; 너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
'달을 위하는 건 결국 너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돌보는 거야.'
'한 곳에 집착하지 마; 네게 향한 주위의 사랑을 기억해.'
머리와 가슴에 떠오르는 것들을 쏟아내고 나니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조금은 열리는 것 같아 차분하다. 내가 응원하는 그 몸짓들이 배려가 아닌 욕망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차차 희석되는 욕심이다가 사라지길 바란다.
진정으로 공감하는 것, 진심으로 위안을 주고자 하는 것, 사려 깊음으로 두 손을 벌려 자유로 보내는 길들이 여전히 커다란 목표로 덩그렇다. 크다. 이제부터는 자잘하고 구체적인 아름다운 답을 찾아 나설 차례다.
2025년을 아름다운 해결의 해, 정리의 해로 다독이고 싶다.
제임스 맹골드 James Mangold가 감독하고 티모시 샬라메 Timothée Chalamet가 주연인 A Complete Unknown은 나의 2025년 시작을 눈뜨게 한다. 나의 가슴을 힘껏 열고 두 손을 펴게 한다.
인간적, 예술적 욕망의 내외면을 잘 보여주는 배우와 예술적 욕망의 내면을 밝히는 매혹적인 글을 쓰는 작가를 기억한다. 그들을 품고 이 해의 스타트 라인에 들어선 날이다.
완전하고 철저한 미지와 경계에 가장 밝은 아름다움이 웅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