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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선곡표

컬러풀

by 희수공원

백만 년 만에 노래하러 갔다. 얕고 울퉁불퉁한 서해 바다를 돌다 들어간 곳, 선곡한 곡들이 너는 이런 사람이다 말한다. 의 타임라인 어디서부턴가 시작된 노래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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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해야 하는데 네 앞에 서면 아무 말 못 하는 내가 미워져 용기를 내야 해 후회하지 않게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 날 고백해야 해


2. 웬일 인지 인생이 재미없다면 지난 일은 모두 다 잊어버려요 기회는 한 번뿐 실수하지 마요 진짜로 해내고 싶은 걸 찾아요 용감하게 씩씩하게 오늘의 당신을 버려봐요


3. 지나간 기억 속에 그대 모습 생각나 견딜 수가 없는 혼자만의 외로움들은 나의 마음 허무하게 해 언젠가 그대는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었지 사랑은 슬픈 이별보다 아픈 거라고


4. 불빛에 머문 젖은 나의 눈빛 허공 속에 뿌려 버리고 가슴을 태운 이 어둠의 상심 허무한 사연이어라 어두워진 방아네 누워 창 밖을 봐요 바람결에 사라지는 그대의 그 뒷모습 우우우 사랑 이별 슬픔은 한 없이 흘러만 가네


5. I want you to notice When I'm not around You're so fuckin' special I wish I was special 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е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еlong here.


6. Lying beside you here in the dark Feeling your heartbeat with mine Softly you whisper You're so sincere How could our love be so blind We sailed on together We drifted apart


7. If you should ever ever go away There would be lonely tears to cry The sun above would be never shine again There would be teardrops in the sky So hold me close and never let m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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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백> by 박혜경 - 포커페이스로 아무 할 말 없는 것처럼 서 있다가 돌아서서 욱신거리며 뜨거워지는 가슴으로 이를 물고 되돌아오던 때가 생각날 때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렁그렁 하면서도 눈물을 흘리지는 않으려 애썼던 그때가 느릿느릿 나를 만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단골 노래, 과거의 순간이 석고 부조처럼 내 현재의 눈앞에 또렷하다.


2. <매직카페라이드> by 자우림 - 펄쩍펄쩍 뛰면서 불렀던 그 노래는 그때와 지금의 점프 높이만 달라졌을 뿐이다. 재미없는 건 참을 수 없다. 오늘, 지금의 재미없는 나를 버리고 용감하게 씩씩하게 뻔뻔하게 원하는 걸 하는 거다. 술 한잔에 살짝 꼭지가 돌아 펑펑 뛰어다녔다.


3. <어떤 그리움> by 이은미 -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모든 순간들, 이루어졌는지도 모를 모호한 순간들이 계속된다. 마주 보고 있어도 갸우뚱하고 뒤돌아 설 때마다 조금씩 더 멀어지는 것 같고 내가 생각한 관계의 깊이가 내 앞의 사람이 가늠하는 온도와 같은지 누구도 모른다. 외로울 때 그리울 때 마음을 가장 아래에 내려두고 흐늘흐늘 부르는 노래다.


4. <이 어둠의 이 슬픔> by 도시의 그림자 - 혼자였을 때는 상상뿐이었던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슬프고 가라앉던 시간들을 위해 밤거리를 쏘다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없는 친구가 먹먹하고 잘 듣지 못했던 나를 위해 다가오는 소리들이 눈물이 된다. 그때는 왜 그렇게 모든 게 원하는 만큼 닿지 못하고 모자라게 끝이 났었는지. 하지만 지금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그런다.


5. <Creep> by Radiohead - 특별하고 싶은 사람 앞에서, 바보 같고 눈도 맞추지 못하고 당황했던 시간들이 휙휙 지나간다. 잘하고 싶었던 시간들에 죽을 쑤고 벌거벗은 듯 서 있었던 멍한 얼굴이 현재의 모습에 겹쳐져 악몽에서처럼 떤다. 한 순간을 제대로 서 있으려면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6. <Open arms> by Journey - 단 한 곳이라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는 곳을 바라는 것이 그처럼 사치인 건지 여전히 그곳을 찾아다니는 자신을 보며 한숨을 크게 쉰다. 따뜻한 말, 따뜻한 품, 따뜻한 마음, 아랫목, 커피가 든 머그컵, 울로 만든 벙어리장갑 속의 손, 내 사람의 가슴에서 온기를 느끼는 그런 행복이 온다고 믿는다.


7. <You mean everything to me> by Neil Sedaka - 이 말을 하는 그 순간만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들었던 그때를 엿가락처럼 늘리며 지금을 산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 말을 한다면 아마도 유치한 가식 덩어리가 된 느낌일 것이다. 아마도 everything 대신 something이나 someone, 아니면 a lot 정도가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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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고 제대로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모자람에서 오는 의기소침과 큰 외로움들이 어쩌면 내 삶의 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노력하며 해결해야 할 것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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