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은 언제나 무한하게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무한을 잃고 한계의 선을 그리는 나 자신이 있을 뿐이다. 시간도 공간도 관계도 이야기도 항상 거기에 있었다.
바다는 모든 것의 끝으로 통한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비를 통해 온 세상의 종착역이 된다. 나는 바다에 나가 그 끝을 마주하며 무한히 작아지고 있었다. 그 끝에
조나단, 너는 깨달았지. 네 한계 너머에 한계라는 건 원래 없었다는 것을. 반쪽쯤 바람에 날려 보내고 남은 넋으로 먼 곳으로부터 바라보는 듯한 어디론가부터의 시선을 느꼈다.
내가 아니야, 손짓하지도 않았는데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나를 건너가지 못하고 오르락내리락 움찔움찔한다. 멀치감치 서있으려 하지만 벌써 체념한 듯 그 위에서 바람을 타며 다소곳이 미끄러져 세상 전부가 된다.
얼마나 먼 곳을 바라보고 싶은 건지 얼마나 아득한 높이를 그리워하는 건지 땅에 붙어 납작한 나는 알 길이 없다. 더 내려가지 않을 거라는 바닥의 외침으로 공간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자마자 유유히 미소 짓는 조나단을 보았다.
그가 천천히 바다해보자 한다. 시간의 끝으로 향한다 해도 만나지 못했던 거기였다. 왜 매번 한계라 불렀는지 우매한 깨달음 끝에 굳어 묶여있던 다리를 푼다. 가자.
지금껏 나는 바다를 쥐려고 했다. 그리고 바다로 들어가면 내 것이 된다 생각했다. 짜게 들이키며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느꼈다. 하지만 내가 들어갔던 바다는 내 몸에 닿은 만큼의 한계로 돌아왔다.
무한으로 순환하는 세상의 끝은 소유하려는 욕망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을 들어가 질퍽대고 난 후에야 알고 통곡을 한다.
하늘과 닿아있는 바다
구름을 허락하는 바다
비를 받아들이는 바다
대지에 녹아드는 바다
생명을 피게 하는 바다
모든 먼지와 땅을 가득 안고 있는 그 바다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