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exQ Dec 13. 2022

성공 신화의 그늘

삼성전자의 SCM은 성공했던 것일까?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풍자로 가득하다.

20세기 초 세계를 뒤흔든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마르크스의 이상주의 이론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자 전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론의 지지자들, 좌파 지식인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어떻게 자신들도 이론을 현실화시킬 것인지 골몰했다.


하지만 조지 오웰은 "현실 사회주의"라고 불린 소비에트의 본질을 꿰뚫고 가차 없는 풍자로 조롱했다. 오웰은 그렇다면 우파였을까? 그는 세상의 오해를 거부했다. 사실 조지 오웰은 이상주의 "이론"이 현실화되기를 바란 좌파였다. 다만, 현실화된 소비에트가 이상적인 "이론"을 변질시킨 자들이라 혐오했을 뿐이었다. 


SCM 이론을 삼성전자에 현실화시킨 i2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혹은 i2를 통해 SCM을 현실화시킨 삼성전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삼성전자 SCM은 전략, 프로세스 그리고 조직 관점에서는 성공이었다. 다만, SCM "시스템" 관점에서는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2000년대는 삼성전자 SCM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을 하는 과정에 있었다. 시스템이 매우 부족했지만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시스템도 성공이라는 큰 테두리에 함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누군가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볼셰비키식 처단으로 숙청되지 않았을까 싶다. 혁명, 아니 혁신의 대의를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의 SCM 시스템은 "동물 농장"과도 같은 "컴퓨터 농장"이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농장을 지키기 위해 위장이 행해졌다. i2 "시스템"이 산출한 결과물을 다시 "사람"이 대부분 수정해서 시스템에 입력하는 식이다. 생산에서는 이런 폐해가 특히 컸다. 결국 SCM 시스템의 인공지능 "엔진"은 사람의 "두뇌"를 대체하지 못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사업부에서 시작된 SCM 혁신은 전 사업부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그리고 2000년대 삼성전자가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SCM은 국내 제조업에 신화처럼 전파되었다.

동물 농장의 "돼지들"이 리더 역할을 맡았다면 SCM 컴퓨터 농장에서는 컨설턴트들이 신화의 전파자가 되었다. 특이한 것은 이 전파자의 대열에 SCM 시스템 업체인 i2의 직원들이 "선생님"들로 불려지면서 가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는 서로 한 몸처럼 보여서 잘 구분이 안 되던 것의 재미있는 실체가 드러났다. 성공 신화의 대부분이 사실은 삼성전자 SCM이었다는 것이다. System을 타고 현실화된 삼성전자의 SCM 전략과 프로세스 그리고 조직의 혁신이 성공의 알맹이었다. i2라는 SCM System은 껍데기에 불과했으며, 혁신의 바람에 편승한 뜨내기에 지나지 않았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증명되었다.


다른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SCM이 가진 전략적 의미, 프로세스적 변화, 조직적 혁신은 아직도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자기화하였다. S&OP가 SCM의 핵심으로 이해되고 많은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프로세스적으로 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초기 도입했던 솔루션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i2와 유사한 SCM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 SCM의 눈부신 성공이 커다란 빛이었다면 SCM 시스템은 그 빛의 밝기만큼이나 짙은 그림자였다.   





작가의 이전글 SCM이란 무엇인가?(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