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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Oct 14. 2020

촬영 소스가 적어도 이렇게 맛있는 영상이 나온다

찌끼의 별책부록, 동년배와 복어를 먹었다

정신없이 업데이트되는 피드와 추천 콘텐츠 알고리즘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좋은 콘텐츠들을 수집합니다. 바이럴광고/유튜브영상/브랜딩영상/넷플릭스/웹드라마/카드뉴스 등등… 편식하지 아니하고 저장해 둘 예정입니다.





에세이를 영상으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던 때가 있다. 바야흐로 브이로그의 인기가 점점 강해지던 시기였다. 나는 브이로그 특유의 일상의 조용한 순간들을 포착해서 정돈된 문장으로 풀어가는 모습이 좋았다. 경쟁적인 유튜브 세계에서 자극적이고 현란하지 않은 영상이라는 것 자체가 새로웠다. 브이로그는 일상을 보여주지만 결국 거기 담기는 콘텐츠는 자신의 취향과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요즘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했으니까. 나는 브이로그가 책으로 치면 에세이 장르처럼 느껴졌다. 자기의 생각이나 라이프스타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잘 가공하는 것이란 점에서 비슷했다.


그리고 그 브이로그들은 이제 하나의 유튜브 문법으로 자리하여 썸네일과 제목, 컷편집, BGM 등 하나의 큰 포맷이 되었다. 이렇게 브이로그가 하나의 포맷이 된 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고, 장점도 있다. 문법에 익숙해진 구독자들은 이제 각 브이로거들을 보다가 추천 영상에 뜬 또 다른 브이로거 구독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제작자들도 그 포맷 안에서 각자의 또 다른 매력들을 양념처럼 추가한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이제 제작과 소비 모두 피로감이 적어지고 접근성도 높아졌단 소리. 그러니까 꾸준한 인기를 유지할 만한 안정적인 풀이 되었다는 소리기도 하다.


단,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자신의 일상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촬영 소스가 부족하다면, 즉 일상이 단조로워 지거나 새로운 경험이 적다면 콘텐츠 제작이 어렵단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브이로거들의 목소리도 당연했다. 그렇지만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들 우리 매일의 감정은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조금씩은 변하고 성장하는데 말이다. 촬영 소스가 적더라도 그걸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까, 잘 가공할 수는 없을까 싶었다.


그러다 문득 기존 브이로그와는 또 다른 포맷의 영상을 만났다. 찌끼의 별책부록 채널에서 연재되던 영상들이다. 첨부한 영상은 1화, 친구와 복어국을 먹고 나서 느꼈던 소감을 영상으로 푼 콘텐츠다. 기승전결의 구조가 탄탄하게 있는 스크립트를 읽는 담담한 내레이션과 자막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꼭 직접 촬영한 소스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밈과 이미지를 활용한 구성도 영리하다.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서 컷은 더 다양해졌고, 영상 전체의 속도감도 빨라졌다. 빠른 속도감 덕분에 러닝타임 10분은 기본으로 생각하는 브이로그와는 아예 다른 장르의 영상처럼 느껴진다. 1분-2분 정도 분량의 영상은 빠르게 흐르고, 편안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깔리며 집중도를 높인다.


영리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머 감각도 잃지 않고 응축해낸 짧은 영상 에세이. 몇 화를 이어서 보고 난 후엔 내가 막연하게 상상하던 에세이의 영상화가 바로 이런 감성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찌끼의 별책부록 채널의 영상 에세이 연재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응원하고 싶다. 좋은 건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 자신있는 마음으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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