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조를 바꾸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질려서 바꾸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예뻐 보이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생활패턴이 바뀌었을 때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구조를 바꿀 때 고려하는 것 중에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하는 게 살기 편해야 된다는 개념이 크기 때문에. 예쁜데 최적의 동선을 활용했을 때의 그 느낌이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짜릿하달까, 무튼 기분이 엄청 좋다. 예전부터 나는 취향이 한결같다고 생각했는데, 집 구조를 자주 바꾸는 걸 보면 쉽게 질려하는 타입이기도 한 것 같다. 그만큼 매력이 많은 것들을 좋아하는 걸까, 단순한 것보다는 복잡하고 다양한 성질들을 갖고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별거 아닌 거에 이렇게 의미를 붙여가며 나를 탐색하는 시간이 다시 시작된 걸 보면, 이제야 조금 마음이 편해졌나-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여유가 있어야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고,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니까. 침실 한편에 자리 잡았던 저 책상의 위치를 바꿨던 것도, 그 주변을 꾸몄던 것도 불과 몇 개월 전인데, 지금은 저 책상이 또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매번 집 구조를 바꾸고 나서는, 이번에 바꾼 게 제일 좋은 것 같다며, 이젠 바꿀 일이 없을 거라고 얘기했었는데, 남겨놓은 사진들을 모아놓고 보니, 주기가 기껏해야 3개월- 길어야 6개월인 듯하다. 술을 끊을 거라는 다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이야기인 게지, 그런데 어떻게 해. 새롭게 꾸며지는 공간과 그 안에서 무엇이든 즐기는 나를 상상하고, 경험하고, 돌이켜보는 게 술 먹는 것만큼 기분이 좋은 일인걸. 이런 나를 보고 주위 사람들은 힘들지도 않니, 부지런하다, 귀찮아서 나는 못하겠다라고들 얘기하는데, 나도 느끼는 건 그들과 마찬가지이다. 온갖 잡동사니들을 다 꺼내고, 옮기고, 닦고 정리하면서 마치 어제 이사 온 것 같은 집 풍경을 볼 때면 머리가 띵-하고 아파오지만, 그것보다 더 못 견디겠는 건 지루함. 그게 딱 사람 미치게 한달까. 아무 자극 없이 비슷한 일상을 보낸다고 느껴질 때면 뭐라도 변화를 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게 어떨 땐 여행이 되기도 하고, 친구와의 술 한잔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돌고 돌다 보면 결국 집 구조를 바꾸게 되는 때가 찾아오게 되는, 그런 삶의 패턴.
불안함 속에서는 안정적인 것들을 찾고 싶고, 안정감에서 오는 지루한 나날들 속에서는 또 새로운 자극이 간절해지는, 청개구리 같은 내 세포들은 여전히 다채로운 환경 속에 던져지는 나를 구경하고 싶나 보다. 안정적인 생활패턴이 깨지면 분명 스트레스를 엄청 받을게 뻔한데도 그 속에서 헤엄쳐서 살아남는 내가 궁금하고,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통장잔고는 안정적인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내 세포들은 그러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며 발버둥 치는 요즘이다. 물론, 충동적으로 아무 계획 없이 저지르진 않겠지만, 그냥- 내 마음이 지금 이렇다고, 기록하고 싶다. 언젠가, 다른 해마다 같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다이어리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냐는 글을 발견했을 때, 자유롭고 멋있게 살고 싶다는 추상적이면서 간단한 답을 적었었는데, 지금은 그보다는 더 길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자극을 나에게 끊임없이 선물하면서 자유롭고도 재밌는, 멋있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