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번. 데. 기.

여기가 천국인 줄도 모르고...

by Hee

나름 손재주 있는 여자였는데, 며칠 상간에 '아줌마'가 되고 보니 그새 투박해진 걸까? 면허 따고 처음 나서는 도로에서 초보운전이 무색하게 뒤처지지 않는 속도감과 유연성을 발휘했었는데, 왜 나는 너를 자꾸 번데기로 만들까.


각 잡아 속싸개를 접어 바닥에 깔고, 어깨선에 맞추어 아가를 조심히 그 위에 안착하는 데는 성공했는데! 투명하리만치 말캉거리는 살을 휘익 감을라치면 여지없이 흐트러지고 만다. 하얗고 하얀 속싸개 위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오물오물 허공을 빠는 작은 보리수 같은 입술과 배추흰나비 애벌레마냥 살짝씩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정도인데도 말이다.

언제 써먹나 싶었던 종이접기 자격증의 쓰임은 딱 거기까지였다. 속싸개를 스윽쓱 손으로 다림질하며 각을 잡아 접는 것까지...


어깨가 눌리진 않을까? 답답하면 어쩌지? 숨을 쉬고 있는 게 맞는 거겠지? 연신 미동 없는 아가의 코 위에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슬그머니 손을 대어 본다. 잠시 허락된 조용한 시간이다.


밤새 유축에, 미역국 아침식사, 벚꽃 핀 석촌호수를 걷는 사람들을 저만치 위에서 바라보다 보면 또 미역국 점심식사, 통곡마사지 하러 다녀와서 유축하고 집적수유를 위해 엄마 방에 들러준 아가에게 살포시 젖을 먹여본다. 세상 태어난 의미를 한 끼에 충족해 보려는 듯 힘차게 빠는가 싶더니 쌕쌕 소리가 헥헥소리로 점점 헛 빨기가 느껴질 때쯤이면, 담당 선생님께서 씨익 웃으시며 보충 분유를 하사해주고 가신다. 얼마나 예쁜 순간인지, 이 순간 내게만 클로즈업되는 작은 입술과 젖병꼭지 사이로 슬그머니 흰 분유가 얇게 맺혀있다가 이내 쭈욱- 턱을 타고 떨어진다. 내 새끼 뱃속에 들어가면 좋았을 한 방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젖이 잘 돌게 해준다는 핑계로, 조리원으로 퇴근하는 남편에게 내가 좋아하는 족발을 주문해 놓고, 분유 먹은 힘을 분유 먹는데 다 쓰고 단잠에 빠진, 내 뱃속에서 나온 생명체를 가까이에서 눈에 담아본다.


오늘도 번데기네...

내일은 좀 더 예쁘게 싸줄게~

그나저나, 조리원의 2주는 너무 짧다.

새 동거인과는 겨우 안면만 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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