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처음. 내 두 팔에 안긴 날

미안해. 많이 아플 텐데, 미안해!

by Hee


꼬물꼬물 귀엽고 때론 감당 안 되는 너란 녀석이 내 인생에 훅~ 안겨진 이 굉장한 날을 축하해!


엄마란 이름으로, 너와의 만남 길에 속으로 외친 말은

나만큼이나 아플 텐데 빨리 꺼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그리고 이삼십 년 후, 출산의 아픔을 나와 공유하게 될 딸로 낳아서 미안하다는 말. 미안해, 미안해 말하며 너의 어깨와 엉덩이를, 가녀리고 소중한 굴곡을 느끼며 우리의 순간을 기억하려 애썼지.


초산의 진통은 간호사 선생님 말씀처럼 순리대로 흘러가진 않았어. 혹시 모를 금식을 준비하며 호기롭게 잘 먹어두려 아침식사로 삼겹살까지 구웠는데 몇 점 먹지도 못하고 금방 진통이 5분 간격이 됐는걸.


3분까지는 배를 움켜잡고 웅크려 깊은숨을 몰아쉬던 내 모습이 생생한데, 쏟아지는 짧고 깊은 통증에 화장실 문턱을 들락날락- 그 사이 분과 , 주기 따위 없이 쥐어짜는 아픔에 결국 119 구급차까지 탔네. 그 준비성 많던 내가 이 중요한 순간에 119 라니,,,


막 따뜻한 봄날이 시작되던 4월, 내 인생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임산부용 원피스를 샤방샤방하게 입고 느긋하게 예정일에 방문하려고 했지. 그 병원에,


그런데 인생은 그런 거더라고, 애 낳아보란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입을 삐죽이던 나도 별 수 없더라고~ 똥머리에 수면양말과 목수건, 입고 있던 헐렁한 티셔츠와 쫄바지, 한술 더 얹어서 늘어난 가디건까지, 그야말로 입고 있던 그대로 구급차에 기어오르다시피 탑승했지. '지금은 안돼!! 아직 안돼!' 연신 호흡법을 하고 아가가 혹시 흐를까 하체에는 힘을 딱! 주고 말이야. 남편이 손을 잡아주면 좀 낫다고 누가 그러던데? 근거가 뭐지?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고, 숨을 몇 번이나 고르고 참았는지, 병원에 당도해서 초산은 원래 늦는다며 여유롭던 간호사가 내진 후 바로 뛰어서 의사 선생님을 찾을 때 현실을 보았지. 우아한 출산은 아니겠구나.


무통주사가 뭐예요? 환복도 못하고, 그대로 자연분만.


축하해. 우여곡절 신나게 바삐 시간을 재촉해서 엄마한테 안겨준 아가야! 이제 우리는. 동지다!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