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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았다. 강의실 맨 뒤 구석진 창가 자리. 어디를 가든, 어느 강의를 듣든, 그녀의 자리는 항상 거기였고, 아무도 그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 곳에서 그녀는 하품을 하고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고 멍한 눈으로 교수를 쳐다봤고 가끔씩 창밖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에 잠겨 있곤 했다. 그러다 강의가 끝나면 어느 누구보다도 느리게 가방을 싸고 가장 늦게 강의실을 나왔다. 그녀는 항상 혼자였다. 그녀의 주위엔 언제나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는 듯이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았고, 그녀 역시 아무도 가까이 두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없는 창밖을 쳐다보며 허공을 주시한다. 그러다가 다시 혼자만의 얼굴을 싹 지우고 힘차게 가방을 매고 걸어간다. 자신의 그림자들을 잘 정리하고 문을 박차고 연다. 그녀의 자리에는 그곳이 그녀의 공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미처 챙기지 못한 구겨진 쪽지가 비밀스럽게 떨어져있었다. 하얀 백지 위에 갇힌 유난히 검은 글씨.
그 남자는 더 이상 내 꿈을 찾아오지 않는다.
그 남자의 꿈에는 아직도 내가 등장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공간엔 아쉽게도 교차점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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