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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일호 May 23. 2016

글쓰기의 자격

그리고 꿈의 자격 / photographed in Barcelona

어제밤 빨래를 개며 EBS 다큐멘터리를 봤다. 다큐의 제목은

꿈의 자격.


서울 소재의 소위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의 문턱을 넘기 어려워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찌보면 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의 다큐였다.

그런데도 내가 채널을 돌리지 못하고 끝까지 시청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1. 요즘은 취업이 꿈이라고 여겨진다는 점.

2. 꿈의 자격은 능력도, 성실함도 아닌 부모님의 경제적 능력으로 결정된다는 점.


사실 나도 취업을 준비하는 흔한 취준생이다.

내 이야기가 아닌척 빨래를 개고 있었지만, 알고보면 그들이 누구보다 공감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리고 현실 속에선 그 놈의 자격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꿈을 꾸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한 사회.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내가 아무리 큰 꿈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천에 옮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넌 자격이 안돼. 그니까 꿈도 꾸지마. 라고 말하는 듯한 사회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정답이라고 믿고, 자격을 갖추는 데에만 온 힘을 쏟으라 이야기하는 어른들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동의하지 않는 나의 의견을 어떻게 피력할 수 있을까?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사회가 바뀌거나, 어른들의 생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것들을 다 버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험을 떠날만한 용기도 없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 마음 먹었다. 브런치의 글쓰기에는 자격이 없으니까. 내가 부지런해지면 되니까.


글쓰기엔 자격이 필요하지 않잖아.

기업의 인재상에 나를 맞춰가며 쓰는 자기소개서 글은 누구도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 여행, 사진, 넋두리, 드로잉을 담은 글은 나 자신을 바꿀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바뀌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바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우선 글을 쓰는 것도 익숙지 않은 나부터 바꿔야겠다.


진짜 글을 쓰는 용기와 부지런함만 있다면.

나는 사실 오래전부터 30대가 되면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40대엔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나보다 한두 살밖에 많지 않은 지인들이 자신의 여행기를 책으로 내기 시작했다. 아차 싶었다. 나는 30대가 될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고, 이런 저런 경험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바보처럼.


작년만 해도 미국 캘리포니아 자동차 여행, 영국 교환학생, 그리고 곧 떠날 독일-파리-스위스 여행까지 수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녔다. 사진도 좋아한다. 못찍는 편도 아니라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사진들은 잠을 쿨쿨 자고 있고, 나는 느긋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와 부지런함을 장착하고 글쓰기에 도전하겠다.

(비장, 그리고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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