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귄일호 Jan 17. 2018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한다는 것 - 2

UX 디자인 프로세스

첫 번째 회의가 끝나고 그 후에도 회의는 계속됐다.

그렇게 조금씩 내가 디자인할 금융 서비스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우리 회사의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컴플라이언스 매니저들을 위한 데이터 검색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첫 회의에서의 당황함을 극복하기 위해,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리서치를 했다. 그 결과 이러한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의 니즈는 바로, 회사 내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쉽게 검색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확한 데이터 결과를 얻는 것이다. 컴플라이언스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나는 이러한 니즈를 서비스로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기획'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말로 정리하고 구상하는 것이라면, '디자인'은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주로 우리 팀에서는 '기획' 단계를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함께 논의하여 결정하고, 프로덕트 매니저가 이를 표나 엑셀 파일로 정리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기획의 내용을 더 구체화시키고, 디지털 환경에 맞게 발전시키는 일을 UX/UI 디자이너가 한다. 이 일을 '윤곽을 그리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윤곽을 그리는 것, 추상적인 표현인 듯 하지만 UX/UI 디자이너의 역할을 잘 설명해준다. 특히나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서비스의 유저, 프로젝트 오너, 개발자 등의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이해한 뒤, 이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은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사용자 관점에서 해석하는 UX 디자인으로 시작된다. 이는 '페르소나(Persona)', '유저 져니 맵(User Journey Map)', '사용자 경험 맵(User Experience Map)' 등 다양한 UX 방법론들을 통해 표현된다. 그리고 UI 디자인 과정에서는 앞서 표현한 사용자 관점을 시각적인 디지털 결과물로 풀어낸다. 프로젝트나 디자이너마다 UX에서 UI로 넘어가는 방법은 다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스케치를 통해 레이아웃을 그리고, 이를 '와이어프레임(Wireframe)'과 '프로토타입(Prototype)'의 형태로 시각화한다.


이번 글에서는 첫 단계인 UX 디자인 과정을 소시에떼 제네랄에서 겪고 있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사실, UX 디자인 방법론이나 이론들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정보에 의존해 공부를 했던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실제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특히나 금융 서비스의 UX 디자인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의 경험에 근거해 나의 주관적인 UX 디자인 과정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1) 서비스의 비즈니스 목적과 범위를 파악한다: Lean Canvas, Persona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회의를 시작으로 내가 디자인할 서비스의 비즈니스 오너들과 프로젝트 리드, 개발자들과 자주 회의를 한다. 이는 그들에게 서비스의 비즈니스 목적과 범위를 물어보고, 어떠한 프레임워크에 적용하여 표현할지 설명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특히 프로젝트의 오너이자 비즈니스 오너들은 많게는 수십 년간 은행권에서 일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요즘 비즈니스에서 사용되는 린 캔버스, 페르소나라는 방법론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그들에게 그런 방법론을 설명하고, 논의된 비즈니스 내용을 그런 방법론을 통해 기록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친다.  IT 업계나 스타트업에서는 익숙한 린 캔버스와 페르소나 등의 방법론들을 시니어 비즈니스 오너들이나 애널리스트들에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것도 금융권 UX 디자이너가 해야 할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2)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한다: User Journey Map, User Scenario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에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금융 서비스의 사용자는 회사 내부의 컴플라이언스 매니저들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리서치를 개인적으로 진행했고,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 져니 맵'과 '사용자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사용자들에게 실제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검색을 하는지 (트레이더 ID, 이름, 날짜, 금융상품의 종류 등등...) 그들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거나, 스스로 그런 콘텍스트를 가정하고 그 과정을 나열해본다.


(사실, 이 단계는 실제로 회사에서 일하기 전에는 포트폴리오에 '나 UX 리서치할 줄 알아-!'라는 표현하고 싶어서, 굳이 필요 없는 데에도 진행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니어 엔지니어나 비즈니스 오너, 프로젝트 매니저, 상사 UX 디자이너들과 소통하기 위해 PPT에 간략히 기록하는 정도다.)



3)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능화한다: I.A.(Information Architecture), List of Features

이 단계에서는 시각적인 UI으로 넘어가기 전, 화면에 담길 기능들을 나열하고 기능이나 정보 간의 관계를 설정한다. 이 역시 포트폴리오를 다듬을 때에는 일러스트로 하나하나 디테일한 디자인을 신경 써서 표현했다면, 지금은 PPT에 도표와 같은 형식으로 빠른 시간 내에 표현한다.


보통 이 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UI 와이어프레임으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나는 이 단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파악한 사용자의 니즈에 기반하여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화면의 정보 간 관계는 잘 설정되어 있는지 등을 알아야만 디자인을 할 때에 콘텐츠를 고려하여 진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각적인 레이아웃에만 치중하거나, 이후 GUI 디자인을 진행할 때에 어떠한 기능이 빠져서 다시 레이아웃부터 수정해야 하는 불필요한 낭비가 생기기도 한다.  


지금까지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어떤 UX 방법론들을 거쳤는지, 소시에떼 제네랄에서 겪고 있는 신입 UX/UI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정리해보았다. 각 프로젝트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방법론과 UX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UX 방법론을 글로 공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보는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 안에서 진행되어온 프로세스만 따르는 것이 아닌, 자율적으로 각 단계에 필요한 방법론을 적용해볼 수 있는 진취적인 UX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한다는 것'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으시려면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https://brunch.co.kr/@heesu330/9


_

런던 금융가에서 신입 UX/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따끈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