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코딩을 모르는 친구들에게 배운 것

by hee

최근 지인들의 AI에 관한 인식을 개인적으로 조사했습니다.


총 38명에게는 객관식 주관식이 섞인 설문조사 응답을 받았고

친한 친구 1명에게는 친구의 분야에 ai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응답자 90% 이상이 연세대 졸업생이며,

응답자 중 63.2%가 자기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사람들이었고

26.3%는 5~10년 정도 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89.5%가 실무를 잘 알고 전문가급으로 성장하고 있거나 한 사람들의 응답입니다.

연령대는 3040이 78.9%로 가장 많았고 50대도 15.8% 참여했습니다. 베테랑들의 응답이라 해도 큰 문제 없어 보입니다.


38명이면 엄청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상당히 동질적인 집단의 응답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체를 대변하는 결과라고 볼 수는 없지만 탐색 용도로는 부족함이 없는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학교 동문들에게만 물어볼 생각이었던 건 아닌데 저의 개인적인 커뮤니티에 그쪽 지분이 많다는 걸 확인하게 됐네요. 대딩 시절에 사람들이랑 좀 징하게 놀았고 그 이후에는 점잖은 척 살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


처음 이렇게 해봐야겠다 생각한 이유는, 몇몇 연말모임에서 지인들이 ‘바이브코딩’이라는 단어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였습니다.


저는 ai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따라잡느라 2025년 내내 힘이 들었습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피곤하기도 했고, 기술적인 부분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그것만 파고 있을 시간은 없어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 내 세계에서는 난리난 바이브코딩을 전혀 모르다니 좀 문화충격이었습니다. 한 친구는 오히려 제가 모르던 ‘바이포엠’이라는 핫한 회사를 알려줬죠. (ㅎㅎㅎ) 바이포엠이 IT 업계에도 진출했냐고 하려고 했는데 전혀 모르는 단어였다!라며 상대도 놀랐습니다. 집-회사만 왔다갔다 하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겨를이 너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내가 가닿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설문조사를 돌려봐야겠다 싶었습니다. 뭐 한 열 명은 말해주겠지 싶었네요. 저에게 시간을 내어주신 서른 아홉분께 감사드립니다.


주요 분석 결과는 이렇습니다. 분석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용 현황: "높은 활용도,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

사용 빈도: 응답자의 58%가 '거의 매일'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63%는 이미 업무나 일상에서 자주 쓰고 있다고 답해, 이 집단은 AI 도입 단계(Early Adopter)를 넘어선 활발한 사용자(Heavy User) 층입니다.


지식의 깊이: ChatGPT나 생성형 AI라는 용어는 모두 알지만, LLM, 토큰, MCP 등 구체적인 용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절반 이하(50%가 '전부 모르겠다' 응답)입니다.


직접 제작 경험: 63%가 AI로 무언가(코드, 웹페이지 등)를 직접 만들어본 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즉, "도구로서의 활용은 능숙하지만, AI를 이용한 생산/구축 단계에는 아직 장벽을 느끼고 있는 상태"입니다.



감정 및 우려 사항: "기대감과 불안함의 공존"

정서: '기대와 불안이 반반'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47%).


가장 큰 걱정: 1. 정보 과잉으로 인한 신뢰도 문제 (18명) 2. 너무 빠른 변화 속도에 대한 피로감 (17명) 3.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12명)


어려운 점: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정하는 것(39%)"을 가장 힘들어합니다.



니즈: "기초보다는 '남들은 어떻게 쓰나?'"

콘텐츠 선호도: "아주 기초부터 차근차근(24%)" 설명해주는 것보다,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 사례 중심(71%)"의 콘텐츠를 압도적으로 원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본적인 활용 능력은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실제 활용 노하우'를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주관식 의견 요약

응답자들이 남긴 자유 의견에서는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선 인문학적/사회적 고민들이 돋보입니다.

윤리와 책임: "AI의 도덕적 기준을 어떻게 학습시킬 것인가?"

인간의 소외: "AI 의존도가 높아지며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경계"

격차 해소: "국가/계층 간 AI 격차 문제"

현실적 요구: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쉬운 맥락 있는 설명", "업무 활용법"



패턴 분석의 시대, 다시 '인간의 맥락'을 묻다

이런 설문조사가 대략적인 경향성을 알게 된 데 도움이 됐다면, 한 명의 친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져서 얻어낸 답변은 질적으로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하나의 질문만 던져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분야에서 ai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것이나 ai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가장 뜨거운 논쟁을 알려달라.


질문을 한 친구는 역시 연세대 졸업생이고 지금은 미국의 한 대학에서 사회학 조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거의 연락 안하다가 한국 들어올 때나 연말연초 같은 때 연락하는데 이번에도 새해복 어쩌고 연락이 왔길래 문득 물어봐야지 싶었습니다.


친구의 대답은 정리하자면 사회과학 연구가 기존의 이론 중심 방법론에서 벗어나 시공간을 초월한 일반적 명제를 입증하는 패턴 분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게 빅데이터 시절에는 양적 연구 쪽에서 특히 그랬지만 이제는 질적 연구자들에게도 비슷한 압박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윤리적 맥락이 중요한 사회과학 특성상 오히려 질좋은 데이터를 선별하고 AI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인간 전문가의 역할이 더 강화되는 추세라는데요. 결국 AI의 압도적인 데이터 처리 능력과 인간 간의 최적의 분업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기술보다 사람 + 망한 올해 회고

저는 올 한해 어떤 기술이 나왔다 어떤 서비스가 나왔다, 하는 것들에 너무 압도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그걸 따라잡지 못 하고 있는 것 같아 자책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피로하기도 했는데요. 이 개인적인 조사를 통해 이제는 인간 사회 곳곳의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 탐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은 기계보다 사람에 매력을 느끼고, 사람에 더 관심을 갖게 마련인데. 방향을 잃고 헤맸던 한 해 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사이에서 하나 좀 관심의 시드가 있었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이것이 AI시대에 더 진화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모바일 시대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좀 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 경기도 교육청에서 나온 이알리미 공지사항에 부모님과 함께 숏츠 보면서 학습하라는 콘텐츠가 있어서 화가 좀 났습니다. 답답해서 이 방면 선두주자는 역시 핀란드라길래 핀란드의 AI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찾아봤는데 그 내용은 다음에 기록해보겠습니다. 핀란드는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잘 모르지만 신기한 나라 같습니다.


처음 아기를 낳고 키울 때도 너무 많은 정보에 압도돼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피로해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데 나는 왜 안 되지, 와 저런 것도 해야 돼? 누구는 이렇다 하고 누구는 저렇다 하는데 뭐가 맞지. 이런 패턴이었죠. 그런데 이 시기를 지나 육아의 어떤 기술적인 부분 보다 내가 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인간인지를 이해하고, 아이를 더 이해하면서 나만의 기준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부족하다는 자책감,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쉽게 빠지지 않게 됐습니다. 물론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게 나를 심리적으로 소진되게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아이와의 시간에 물입하게 하는 힘이 될 뿐입니다. ai와도 그런 기간을 보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회고는 이 내용으로 갈음해도 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올해 회고가 좀 망하기도 했거든요. 결혼한 뒤부터 매년 마지막 날에는 항상 남편과 회고를 합니다. 올해는 이제 (한국나이로) 6살이 된다고 좋아하는 큰 딸내미를 참여시켰습니다. 내년에 바라는 일로는 “엄마는 공주가 되고 아빠는 왕자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의미는 공주 옷, 왕자 옷을 입으라는 겁니다. 바라는 바를 이뤄줄 수 없어 슬프네요 ㅎ 그리고 큰 딸이 참여하는 바람에 어른의 회고가 망했습니다. 하지만 웃음이 잔뜩 남았습니다. 사는 게 그런 거겠죠 뭐.



결론

이 조사 결과가 명확히 어떻게 활용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활용할지, 아니면 회사 전략에 녹여낼지 명확하진 않습니다. 아마 이미 저희 사고에 녹아들어 제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들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내내 기술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 자책감에 빠지던 저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간극 안에서 풀어내고 번역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 최전선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것이 한 분야에서 5년, 10년 일해왔던 사람들에게 어떤 함의가 있는지, 그런 이야기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 각자 자리에서 자신만의 도메인 지식을 발굴하고 ai와 시너지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퍼블릭 섹터 대상 설문조사 및 DX 컨설팅을 해오던 한 선배가 "주어진 일만 하던 사람들은 자기 업무의 워크플로우를 잘 이해를 못해서 AI 도입할 때도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만약 주어진 일만 해온 사람이라면 내 업무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본질이 뭔지, 거기서 대체가능한 건 뭔지를 알아보는 사고 과정 자체가 중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정말 쉽게 설명해주는 콘텐츠를 제작한다거나 여러 사례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의 네트워크 특성상 인문, 사회학적 고민도 흥미를 줄 것 같고요.


그런데 저의 의문은 이겁니다. 이러한 주제들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 텐데, 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되지 못했을까. 생산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통, 배포의 문제일 것 같고요, 마케팅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아마 이 AI를 둘러싼 과제는 지금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해야지..'하면서도 미루어 두고 있는 우선순위 낮은 주제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우리 매거진에도 바이브코딩, ai에 관한 아주 쉬운 글이 있거든요.


그래서 바이브 코딩이 대체 뭔데? 싶다면 아래 글을 읽어보세요. 우리 팀원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두었습니다.


바이브코딩 모르면 다 잘릴까? https://yozm.wishket.com/magazine/detail/3493/


물론 많은 설명들이 맥락을 쉽게 전달하는 데 실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뉴스가 쏟아졌기 때문에 매순간 맥락을 설명하긴 어려웠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맥락을 놓치고 방황했을 수 있죠. 또 용어에 매몰되어 있거나 겉핥기에 멈춘 콘텐츠가 많았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제 맥락형 콘텐츠가 나오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늘 시간과 돈, 그 사이 선택의 문제가 되죠.


하여간 저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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