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는 말

코로나로 알게 된 것들

by 송송

학교는 늘 안정된 계획 하에 움직이는 곳이다. 매해 해야 되는 일들이 정해져 있고, 비슷한 시기에 그것들을 해내고 나면 1년이 지나간다. 올한 해는 그 해야되는 일들을 도대체 언제하는지가 제일 큰 골칫거리였다. 수시로 바뀌는 일정과 상황에, 우왕좌왕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갔고, 그 사이에서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약점들은 더 노골적으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버렸다.

세상은 나날이 가속도가 붙어 변해가고 있고, 가속도의 원동력은 '기술'이었다. 2주 안에 원격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서야, 나는 비로소 그 기술의 실체를 아주 약간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혼자 밤새 노트북을 꺼내들고 낑낑거리며, '육첩방은 남의 나라-'로 시작하는 윤동주의 시구가 '컴퓨터는 남의 나라-'로 변형되어 나를 괴롭혔다.


나만 원격 수업에 적응하면, IT기기 사용에 능숙한 아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수업을 하며 만난 아이들은 IT 세상 속에서 콘텐츠의 소비자였지, 생산자가 되는 경험을 해 보거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함께 버벅였다.

비도 함께 맞아야 낫다고 했나. 나 혼자 바보되는 것보다 같이 바보가 되는 게 부담은 덜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대학교도 원격 수업으로 전환이 되니 할 일도 없고, 친구도 없다며 종종 연락이 오는 졸업생들에겐, 제발 컴퓨터를 공부하라 권하는 정도를 못해 애원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학교는 변화에 취약하다. 교사 집단은 관성을 유지하려는 습성이 강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강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변화해야 하는 속에서, 관성을 유지하려다 보니 엇박자들이 나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출결, 수업, 시험의 틀을 고스란히 새로운 상황에 끼워맞추려다 보니, 교사와 학생 모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나'를 자문자답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새로운 판에서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가야 하지만, 오지선다형에서 정답을 맞히는 개수를 여전히 학력이라고 믿는 세상에서는 앞으로 한발짝 디디기가 너무 힘들다.


교사는 철밥통이다. 맞다. 교사 월급이 아무리 짜고, 2000년대 세대를 만나야 하는 교사 일이 예전에 비해 아무리 고달프다고 해도 철밥통 하나씩 차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다 보니, 철밥통이 있으니 안심하는 교사들과 철밥통의 밥을 먹고 힘을 내는 교사들의 간격이 벌어졌다. 학교에는 아이들 학력의 차만 벌어졌던 것이 아니다.


나 또한 경력이 쌓이며 철밥통에 나도 모르게 기대려던 마음에 코로나가 싸귀 한 방을 세게 때린 느낌이었다. 세상도 변하고, 아이들도 변했으니, 나도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어수선한 바닥에 발을 딛고, 잠시 내가 걸어온 길, 내가 있는 자리를 생각해 본다.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을 꺼내들고 기준점을 찾듯,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내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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