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26코스 425킬로만큼이나 이번 '놀멍 쉬멍 올레길 걷기’ 연재도 길었다. 처음부터 올레길 완주를 목적으로 걸었던 길이 아닌 것처럼 애초에 글을 연재할 계획도 있지 않았다. 그저 걸으며 기록하고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모든 것이 종착지가 있고 끝이 있듯이 이제 올레길도 연재도 마무리해야 된다. 뭔가 다 끝냈다는 안도감보다는 허전함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건 나에게 앞으로 걸어야 할 정해지지 않은 인생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돈 되는 글 써야지 하며 출판사랑 얘기하고 제주에 내려왔는데 지금까지 돈 안 되는 글만 실컷 썼다. 근데 이런 글 쓰는 게 난 더 좋다. 엔도르핀이 팍팍 나온다는 느낌이랄까. 이건 '산티아고 순례기' 를 연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산티아고 순례기도 책으로 낼 계획이 전혀 없었음에도 운이 좋아 ‘쫄지말고 떠나라’ 라는 책으로 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올레길 얘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소망은 한번 가져본다.
지금까지 써 온 40편 연재 글을 이제 접는다. 여전히 매일매일 기록하고 걸은 당일에 브런치에 올렸으면 더 글이 생생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지만 난 그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걸었고, 그 어떤 것보다 더 치열하게 써 내려갔다. 회사 다니거나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사시는 분들 만큼, 아니면 그 보다 더 열정적으로 걷고 썼다. 오히려 제주에서 잠도 적게 자고 밤늦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꾸벅꾸벅 졸면서 기록한 글을 다듬고 편집했다. 그런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기다려 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재밌게 읽고 같이 호흡해준 분들이 있었기에 이번 연재도 잘 마무리되지 않았을까?
이번 올레길 전 여정을 통해 만난 모든 소중한 인연들, 응원해준 독자 및 선후배님들, 올레길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누구보다 제주 장기 체류를 허락해준 와이프와 두 딸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걷고 글 쓰는 내내 행복했었다.
햇살 좋은 날,
제주 서귀포에서
이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