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에 대한 오마주
요즘 고등어가 난리다. 몇 주 전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다 최근엔 다시 복권되고. 그러면서 고등어도 냉탕온탕을, 가격도 들죽날죽이다.
그 고등어가 갑자기 먹고 싶었다. 뭐 고등어 가격 폭락에 대한 일말의 양심 때문만은 아니다. 고등어는 너무나 오래전부터 먹어왔던 서민 생선의 대명사가 아니었던가?
이번엔 늘상 먹던 고등어구이나 조림이 아니라 뭔가 색다른 고등어가 먹고 싶었다. 그렇게 토요일 점심에 찾은 집이 서래마을에 위치한 '스시만'. 깔끔하다. 스시 카운터에 앉았다. 셰프께서 하나하나 설명하며 초밥을 만들어 준다. 이 집은 다른 집 보다 더 오래 숙성한 선어를 쓰는 게 특징이란다.
다시 고등어로 돌아가자. 고등어는 한자 어원으로 등이 부풀어올랐다(登) 해서 고등어(古登魚), 생긴 모습이 칼(刀) 같다고 해서 고도어(古刀魚)에서 왔다고 한다. 일본에선 이빨이 작아 협치(俠齒, 일본어 발음으론 '사바')라고 한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는 즉시 죽고 내장에 효소가 많아 부패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생물로는 잘 못 먹었고 주로 염장을 해서 보관 후 먹었다. 이게 내륙지방인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유명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겠지.
이런 부패 속도 때문에 고등어는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참으로 귀한 존재였다. 하찮은 미세먼지와 함께 거론되는 대상이 아니었단 얘기다. 그래서 예전에 그 귀한 고등어(일본어로 사바)를 선물로 많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부 떨며 뇌물주고 이런 행위를 '사바사바'라고 하는 거겠지. 그러고 보니 고등어가 또 미세먼지처럼 나쁜 의미로 쓰이네 ㅎㅎ
드디어 고등어 초밥이 나왔다. 셰프 얘기론 1년 숙성한 것이란다. 상하기 쉬운 고등어를 1년 숙성하였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했다. 그건 이 스시집이 1년 전에도 잘 되었고 지금도 잘되고 있단 방증이며, 1년의 인고를 거친 고등어에 대한 감탄과 셰프에 대한 존경이기도 하다.
등푸른 부위에 살짝 칼집을 내어 밥을 넣은 고등어 초밥이 접시에 올려진다. 조심스레 집어 입에 넣는다. 양 끝단의 살들은 쫄깃하게 가운데 두툼한 살들은 살짝 익힌 듯한 식감이 느껴진다. 입을 오므리니 은은한 산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1년의 시간을 견디면서 자연스레 고등어에 있던 산성이 숙성이 되어 자연식초가 된 것이다. 입안에 퍼진 산미 사이로 밥알이 고등어에서 비집고 나와 중화작용을 한다. 아 이게 입안의 평화이고 맛의 조화다.
상하기 쉬운 고등어를 1년 동안 부패가 아닌 숙성을 통해 각 살점 부위별로 강점은 살리고 단점을 줄인 그러면서도 몸을 산화하려 스스로 부패하여 만든 식초만으로 맛의 군형을 잡은 고등어 초밥. 이건 단순 음식 그 이상이다.
사람도 이렇게 푹 묵혀봐야 부패되던가 아님 그 내성을 가지고 좋은 부분이 산화하여 맛있는 산미가 나던가 하겠지. 그런 잘 숙성된 고등어 같은 향을 내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터인데.
오늘 점심 서래마을 '스시만'에서 고등어 초밥을 먹으며 괜한 잉여력이 발동되어 끄적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