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바뀌는 건 없다
학력고사 마치고 나면 내 인생 필 줄 알았다. 그런데 대학 1학년 때의 학사경고는 결코 인생의 단 맛을 쉽게 허락해 주지 않았다. 2학년 때 죽어라 공부해서 장학금 받았다. 장학금 받으면 다 될줄 알았다. 근데 그게 또 아니더라.
아버지가 보내서 군대를 갔다. 그땐 정말 제대 날짜만 기다렸다. 군 만 벗어나면 다 할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되돌아 보면 군이 더 편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더 고약하거든.
제대했다. 그리고 복학했다. 취직을 해야된다. 다시 또 공부해야 한다. 하나 마쳤는데 또 할게 산더미다. 나름 학점도 올리려 열심히 공부도 했고. 거기에 어학연수 다녀오면 취직도 잘 될줄 알았다.
어렵사리 취직했다.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다. 근데 이상한 부서로 떨어졌다. 맡은 회계업무도 그렇고 직속상사도 히스테리 작렬이다. 회사 다니기도 싫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카드값 갚아야 돼서. 더 다니다 투자부서로 옮겨졌다. 투자만 하면 인생이 재밌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더라.
회사를 관두고 스타트업으로 옮겼다. 주식 많이 받아서 부자되고 싶었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근데 대주주가 이상하다. 결벽증이 장난 아니다. 이건 거의 병이다. 돈? 준다는 주식도 안준다. 지는 Exit 잘 해 투자자한테서 렉서스도 선물 받았으면서 나한텐 50만원 상품권으로 입 닦는다.
관두고 다시 VC로 옮겼다. 그래도 VC에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 아뿔사. 이 놈도 만만치 않다. 자금거래도 그렇고 뻥도 장난 아니다. 그래도 4년을 버텼다. 그리고 5년된 중고차 하나 받고 나왔다.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나가면 이 보다 나으리라 믿으며.
새로 옮긴 외국계 VC에선 경영진 둘이 서로 싸우다 스스로 자멸한다. 어허. 이거 인생 묘하네. 스트레스가 엄청 났다. 홍역에 걸려 격리수용도 당했다. 그 전 악덕물주가 더 나았다. 아니 그 전. 아니 그 그 전. 아니 그그그 전.
자폭한 둘 틈에서 운 좋게 대표가 됐다. 이제 내 세상 필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다. 명함만 대표일 뿐 결국 첨부터 다시 헤쳐가야 되더군.
미래를 위해 박사는 따 놓는게 좋을 것 같았다. 뭔가 달라질 미래를 위해 야간과 주말에 쉬지 않고 공부했다. 경영학박사 따면 다 잘될 줄 알았다. 근데 웬걸? 세상에 박사가 왜이리 많은고얏! 박사 나부랭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중요한건 실력이더라.
어렸을 적 꿈인 책을 하나 쓰고 싶었다. 1년 반을 고생해서 책 한권 냈다. 책 내면 주위에서 달리 봐줄 줄 알았다. 어허 아니더라. 책 낸 인간들은 왜 이리 많은고얏!
세상은 죽을때 까지 이렇게 계속 돌거다. 모든 일에 투정하며 이거 끝나면 나아질거다 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그런 자세로는 결코 나아지진 않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하나 하나 고비 넘길 때 마다 자신을 칭찬해 주고 가야 한다. 그래야 매일 매일의 삶이 재밌고 의미있게 다가오는 거다.
이제 '이거 끝내고 나면 나아질거다' 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자. 매 순간은 자의든 타의든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당당히 맞이하자. 이거 피한다고 달라지지 않으니 맞서자는 말이다. 그 순간을 즐기며 최선을 다해보자.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거든.
나도 때론 현실을 미루며 피동적으로 살아 왔었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나 자신도 좀 더 능동적으로 살아야 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이글 마치고 나도 바뀌는건 없다. 내가 스스로 바꿔가야지.
2016.11.19. 오후 11:29일 그것이알고싶다 보면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