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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를 보고

by 메추리

군함도를 보고

사실 역사적 진실을 바라며 본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역사를 다룬 영화이기에, 그것도 우리의 아픈 과거를 다룬 영화이기에 조금은 역사적 사실에 가까울 거란 기대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 본 후 느낌은 한마디로 '거대 상업자본이 들어간 광복절을 앞둔 여름 성수기를 노린 오락영화' 라는 점이다.

이 영화를 옹호하거나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역사의식, 역사적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영화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그저 각 영화만의 재미와 감동을 주면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 측면에선 '암살'과 '밀정'에 못 미치고 역사적 진실에선 '박열'에 한참 멀었다. 다 어정쩡하단 말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첫째, 주인공이 누구인줄 모르는 복잡한 구성 때문이다. 너무 많은 에이스들이 출연했고 게다가 각 주인공별로 스토리를 담으려고 했다. 그래서 영화적 집중도와 몰입감이 떨어졌다.

둘째, 역사적 진실과 인간 내면의 감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았다. 역사를 다둘려면 좀 더 고증을 거쳐야 했는데 그것도 부족했고 인간 개인에 집중할려 했다면 인간 내면의 고뇌를 좀 더 담았어야 했다.

셋째,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중심 스토리 라인이 약하다. 전향한 독립운동가를 몰아내고 군함도를 탈출하려는 계획이 역사적 통쾌함과 영화적 감동을 주기엔 스토리의 인과관계가 약했다. 영화적 상상력을 잘못 쓴 경우다.

넷째, 미스 캐스팅이다. 이경영. 그는 이미 전작들에서 이중첩자/비리 인식이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번에도 그것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렇기에 스토리의 예측가능성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군함도 일본 소장과 한통속이 드러나는 장면에선 '설국열차'에서의 피지배계층 우두머리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여튼, 무더위를 한번에 날려줄 시원한 오락영화를 보려는 이들에게 비추를 역사적 진실을 파고자 기대하는 이들에게도 비추를. 그렇지만 이런 나의 비평 조차도 온전히 모두 관객들의 몫이다.


#군함도 #일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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