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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국 Sep 22. 2021

등산과 인생

행복은 어디에

아침 등산으로 몇 가지를 느꼈다.


1.

난 주로 새벽 동트기 전과 노을 질 무렵에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등산을 나선다.

그 이외 시간의 등산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상에 가까워진 해가 만들어내는

정상의 조화는 그 무렵에 도달해야 절정을 누릴 수 있다.

삶도 이와 같아 무언가를 만끽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와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때에 그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있지만 때가 아니면 굳이 아등바등 댈 필요도 없다.


2.

산을 오르다 보면

지쳐서 그만 내려갈까 하는 순간들이 두세 번 온다.

그런 순간에 그저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힘을 내어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끝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정상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표지판이 있거나 산 아래 풍경이 언뜻언뜻 보여 정상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이다. 정상까지 순조롭게 오르기 위해서는 결국 정상의 흔적들을 발견해야 하고 그것이 기대감의 편린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니 성취의 부스러기라도 손에 잡힌다면 기꺼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니까.


덧붙여서 포기한 경우는 이미 한 번 정상에 올라본

산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너무 많이 아는 것은 동력을 저하시킨다


3.

오늘 아침 동네 뒷산에서 운해를 봤다.

한때 운해가 너무 보고 싶어 새벽 2시에 지리산까지

먼 길을 가서 노고단을 오른 적이 있다.

오늘 바라본 운해도 노고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로....

기대하던 성과를 위한 고난은 예상보다 하찮을 수 있다

그러니 쉬운 길이 노골적으로 보이면 그 길로 당당히 걸어갈 필요도 있다.


4.

정상 무렵에 해가 뜨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일 때

내 흥분은 극에 달했고 아드레날린 분비로 정상까지 도달하는 꽤 가파른 경사길은 전혀 고되지 않았다.

정상도 좋았지만 그 목전에 고양감은 최고였던 듯하다.

아마

성취감은 기대감을 압도하지만 성취를 목전에 둔 기대감은 행복이라는 감정과 더 가까운 듯하다.


흔히 등산을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스크림 먹기에서도

인생에 대한 비유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아침 등산은 꽤 느끼는 바가 많았다.



에필로그....

산을 내려오는데 엄마와 딸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딸은 네 살쯤 되어 보였다.

엄마가 딸에게 우리 어디 가냐고 물었다.

딸은 법원이라고 얘기했다.

그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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