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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국 Nov 03. 2022

무능 혐오

NBA 이야기

 뉴욕을 연고지로 하는 NBA 구단 브루클린 넷츠 팀은

헤드 코치인 스티브 내쉬를 새 시즌이 시작되고 7 경기만에 경질했다.

넷츠 팀은 지난 시즌 내내 어빙의 기행에서 기인하는 수많은 미니시리즈를 만들어내었고

팀의 성적과는 별도로 코트 외적인 면에서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이슈들로 미디어에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하든을 떠나보내고 시몬스를 영입하고

게다가 비시즌에는 그 시작의 화려함과 결말의 허망함이 한때 유명했던 미드인 로스트에 비견할만한

듀란트 드라마로 사람들을 의도치 않게

즐겁게 만들었던 팀이었다.

우울한 쓰리샷

그 폭풍같은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도

내시 감독은 항상 한 발 물러서 있었으며

어떠한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했다.

집에 불 났는데, 집의 가장이 책상에 앉아 논어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런 내쉬가 안타까웠는지 듀란트는 내쉬의 뒷덜미를

잡아끌어  자신의 흥행성 가득한 드라마에 특별출연까지

시켜주었다. 조 차이 구단주에게 직접 찾아가

나와 내쉬 감독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구단을 압박한 것이다.

물론 구단주는 팀이 선수 하나에게 놀아나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듀란트의 요구를 묵살하긴 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즌제로 기획되었었는지

팀의 분위기가 어정쩡한 상태로 22-23 시즌이

시작되었고 넷츠 선수단과 현지 팬들은 이미 내쉬가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그의 감독 생활이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하는 듯했다.


사실 내쉬는 선수로서는 시즌 MVP 2회 올스타 8회,

퍼스트 팀 3회 등의 경력으로 2018년 명예의 전당

에 오른 명실상부한 NBA 리그의 역사에 남는

레전드 포인트가드다.

하지만 그가 감독으로서 보여준 능력은 선수 때 발휘되었던 높은 BQ와 기지가 가득한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빙의 기행, 하든의 이탈, 듀란트 드라마같은 사건들만 보더라도 내쉬는 선수단 장악력이 다소 부족해 보였고

그가 추구하는 전략은 뚜렷한 색깔을 가지지 못하고 그저 선수들의 능력치에만 기대는 모습이었다.

위기 때마다 적절한 전술을 발휘하지도 못했고

듀란트 고를 외치며 결국 듀란트의 출전 시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듀란트를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많더라)


그러한 내쉬의 무능함은 예상대로 새 시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결국 내쉬는 구단과 원만한 합의 끝에 경질되었다는

보고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별에 원만한 합의가 어디 있겠는가?!

내쫓겼다고 봐야 한다.


난 내쉬의 경질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능에 대한 민감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넷츠의 팬을 대상으로 한 공개 연습시합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어빙이 등장할 때는 환호했던 넷츠 팬들이 내쉬가 등장할 때는 야유를 보내는 것이었다.

어빙이 어떤 선수인가?!

지난 시즌 내내 백신을 맞지 않아서 경기에 출전 못하는 바람에 팀의 전력을 약화시켰고

결국 하든이 떠나는 원인제공자였으며,

또한 선수단을 무단이탈하기도 하고

항상 감정적인 발언들로 팬과 팀의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선수였다.

지난 시즌 넷츠의 혼란의 중심이자 진원지인 선수이다.

(이번 시즌도 결코 얌전하게 지낼 생각은 없어 보인다...

최근 유대인 혐오와 관련된 미디어 이슈를 보면 )

하지만 팬들은 그런 어빙보다 그저 조용히 있었던 내쉬에게 오히려 야유를 보냈다.

재밌는 아이

내쉬가 야유받을 이유는 단 하나다.

무능해서다.

사람들은 추상적인 부정적 행동들 보다는

특별한 자리에 있는 리더의 무능함을 더 못 견디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019-20 시즌 파이널 MVP 카와이 레너드는 그 이전 샌안토니오스퍼스를 떠나고 토론토로 트레이드되기까지

상식에 어긋난 언행으로 많은 팬들의 빈축을 샀다.

그러나 이적 이후 토론토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아직도 NBA 팬들의 뇌리에 남겨져 있는

위닝샷을 만들어 내면서 그 이전의 기행은 깔끔히 잊히고

톱 레벨의 레전드 선수로 리그에서 활약하게 된다.


사람들은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에게

양심이나 도덕적 감각, 안정감을 요구하지는 않는 듯하다.

물론 농구 경기처럼 그 전문성이 가시적이고 즉각적으로

확인되는 분야에서 대중의 선호도가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거 미국대통령 중 불륜 사건으로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보여줬던 클린턴을 9.11 사태와 그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무능의 형상화처럼 되어버린

부시보다 더 선호하는 대중의 성향도 이런 무능에

대한 혐오를 확인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바보다...미안합니다

사람들은 아마도 심리적 편암함과 흐뭇함은

배우자를 찾을 때  고려하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에게는 단지 그 능력의 우수함을

심각하게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브루클린 넷츠의 새 감독으로 유력한

후보자는 구단 내 여직원과의 스캔들로

직위해제 상태인 보스턴의 우도카 감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잔혹한 NBA의 능력지상주의를

확인할 수 있는 강력한 사례가 아니겠는가?!

어디 NBA만 그러겠는가...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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