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자는 분산한다.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의 분석과 전망에 기초해서 투자를 실행하게 되는데,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시장에 대한 겸손이다.
이것은 시장을 완전하게 예측할 수 없고,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겸손은 투자의 첫째 덕목(德目)이자 위험관리의 출발점이다.
겸손한 투자자는 반드시 분산투자한다.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 자산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른 가능성에도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집중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때에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분산 투자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제대로 된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산을 여러 개로 나눈다고, 투자 종목을 여러 개로 나눈다고 그것이 분산 투자라고 생각하면 오해이다.
분산투자의 목적은 수익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분산투자는 수익 가능성을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분산하고 전체 위험을 줄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고 하는 이유는 계란이 한꺼번에 깨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 바로 위험관리인 것이다.
오른다고 판단한 자산에 올인하는 대신 그 일부를 다른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이처럼 분산투자는 기대수익을 일부 희생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많은 투자자가 위험관리가 아닌 수익을 목적으로 분산투자를 실행한다.
수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심지어는 고수익을 목적으로 분산투자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종목이 오를 듯한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어느 종목이 주도할지 모르니 두 종목에 나누어 투자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위험관리가 아니라 수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분산투자하는 경우이다.
두 종목은 단기적으로는 수익률이 엇갈릴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같은 흐름, 즉 같이 상승하고 같이 하락한다.
분산은 되어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분산투자는 아니다.
또 다른 예로, 하이 리턴이 기대되는 하이 리스크 종목 여러 개에 투자하고 이 중 하나만 제대로 걸려라... 하는 생각으로 투자하면서 이것을 분산투자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요행을 바라는 고수익 목적의 분산으로서 제대로 된 분산투자라고 할 수 없다.
분산투자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위험의 분산과 함께 전체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자산이라면 위험자산(주식, 원자재 등)과 안전자산(국채, 예금/현금 등),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등으로 나누어 분산하고,
주식 투자 내에서라면 수출주와 내수주, 성장주와 가치주, 첨단주와 전통주 등으로 분산한다.
한 자산의 위험을 다른 자산이 보완해 줄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분산투자라고 할 수 있다.
분산투자는 투자자산의 분산, 투자지역의 분산, 투자통화의 분산, 투자시점의 분산, 투자대상의 분산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산의 분산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현금(예금) 등 투자자산을 다양화하는 것은 분산투자의 기본으로, 엄밀한 의미의 분산투자는 이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투자 자산 종류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전체 자산에서는 주식, 부동산, 현금(예금)의 3 분할을 기본적인 분산으로 보며,
금융자산 내에서는 주식과 채권(또는 예금) 정도의 분산을 기본적인 분산으로 본다.
나머지 투자자산의 경우 투자자의 지식, 경험 수준에 따라 적절히 가감해도 무방하다.
분산투자하는 것이 모든 자산을 동등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 글에서 보았듯이 경기국면 별 핵심자산에 보다 높은 비중을 투자하고, 남은 비중을 나머지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핵심자산의 최대 투자비중을 반드시 제한하여 사실상 무의미한 분산투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산별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것은 투자 의사결정의 첫 번째 과정으로, 이에 따라 전체 자산의 기대수익과 위험 수준이 사실상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론에서는 이것을 '전략적 자산배분'이라고 부르며, 경기국면에 따라 자산별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것을 '전술적 자산배분'이라고 한다.
투자지역의 분산(국내와 해외)은 투자자산의 분산과 함께 금융투자 시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적인 분산투자 방법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주식시장과 한국 주식시장의 성과 차이는 투자지역 분산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특히, 미국과 한국 대표종목들의 비교불가능한 투자 결과는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로 자금을 옮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주식의 경우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98%의 투자 기회가 우리나라 외의 지역에 있는 것이다. 2%에만 집착할 이유가 없다.
또한 위험 분산 차원에서도 국내와 해외 투자 분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채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보다 국가신용등급이 더 높은 미국 국채금리가 한국 보다 연 1.5% 정도 더 높다.
환율 위험이 있지만, 굳이 국내 채권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보다 국가신용등급이 더 높으면서 성장률도 더 높은 나라들이 많다.
성장률(수익성)도 더 좋고 안정성도 더 좋은 투자 대상이 널렸는데 한국시장만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을 경험한 후 외화 보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글로벌 경제·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외화 보유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예전에는 수익성이 낮은 외화예금이나 현찰로 외화를 보유했으나, 최근에는 해외 주식과 채권 등 투자자산을 통한 외화보유가 늘고 있다.
외화자산 보유 시 유의할 점은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환차익이 발생하지만,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면 환차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환율 하락폭이 커질 경우 환율 손실이 투자 수익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환율 손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환헷지를 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통화 분산의 의미가 없어진다.
통화 분산 목적의 해외 투자에 대해서는 환헷지를 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과도한 환위험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는 통화 분산 한도를 넘어서는 투자에 대해 직접 환헷지를 하거나, 환헷지를 하는 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를 함으로써 통화 분산 효과와 환위험 관리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투자시점 분산의 대표적인 예는 적립식 투자이다.
국내 자산이든 해외 자산이든 일정한 주기로 일정한 금액을 투자함으로써 마켓타이밍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즉, 현재 주가가 높은 수준인지 낮은 수준인지 판단하지 않고 투자시점 분산을 통해 평균 주가 수준에 매입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재테크 초보에게 적절한 투자방법이다.
이러한 시점 분산은 매도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대상의 분산이 있다.
동일 투자자산 내에서 여러 개별 자산(종목)에 분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에 전체자산의 20%를 투자하기로 했을 때 어떤 주식/펀드/ETF에 얼마씩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재테크 초보라면 특정 주식이나 특정 섹터에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ETF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덱스에 투자하는 것은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것으로 '완전에 근접한' 분산투자라고 할 수 있다.
상승장에서는 오르는 자산에 집중 투자하고 싶고, 하락장에서는 내리는 자산에서 돈을 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상승장에서 분산투자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락장에서는 분산투자로 손실이 지속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심리를 이겨내고 분산투자를 고수해야 하는 것은,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교만한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