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감정의 기복이 커서
기분이 좋을 때는 세상을 발아래 둔 듯 가볍고
울적해지면 끝도 없는 심해 속으로
홀로 가라앉는 것 같은 날도 있다.
이런 내 모습을 나도 잘 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나를 가장 깊이 이해해 주는 식구들이
내 변덕으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것도 안다.
후회하고 다짐해도
엇나간 감정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오늘 매장에서 판매할 물건들을 사러 가면서
남편이 농담인 듯, 진담인 듯 말했다.
"당신은 기분이 빨강이었다, 파랑이었다, 노랑이었다
왔다 갔다 하니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늘 파랑일지 모르겠다니까.”
유머감각은 파리 눈알만 한 남편의 농담이 싫지 않았다.
"나는 유리병이라 그래.
속이 그대로 비치지.
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는
시커먼 병보다는 낫지!!”
하지만 내 속마음은 달랐다.
사실 나는
단 한 가지 색으로만
고요하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
편안한 색 하나만 가진 사람이.
그런데 또 엇나간 마음이 고개를 든다.
"싫으면 유리병을 부숴 버려.!!”
으름장이 일상인 나를
남편은 언제나 조용히 받아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유리병은 한순간에 깨질 수도 있다는 걸.
그럼에도 남편은
단 한 번도 깨뜨리려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매번
색이 섞여 탁해질 때마다
깨질 것처럼 불안해 보일 때마다
가장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록 나를 달래고 어루만진다.
오랜 세월 동안
부서지기 쉬운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온 사람.
흔들리는 나를
매번 다시 곱게 세워준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말한다.
남편아,
오랜 세월 동안 변덕스러운 나를
지켜줘서 고마워.
붉어질 때도, 푸를 때도, 노랗게 바래질 때도
그 색들을 곱게 섞어서
고운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도와 주워서 고마워.
타고나길 약한 유리병인 나를
소중히 간직해 준 당신에게
많이 고마워.
나는 가끔 말한다.
다음 생에는 우리 만나지 말자.
그래야 남편이 덜 힘들고 더 행복할 거야.
하지만 잘 알고 있다.
남편을 만나지 못한 삶은 의미 없음을....
당신과 살았기에
내 삶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당신이 있었기에
깨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음을.
남편아,
나는 이번 생에 당신을 만나서
참 행복했어.
그리고 지금도
그 행복을 매일 새로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