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서늘한 아침 공기가
유리알처럼 맑다.
그런데 맑은 하늘과는 다르게
나의 마음은 며칠 전부터 흐려 있었다.
요 며칠, 몸도 마음도 쉽게 가라앉고, 밥맛도 없고,
심장은 이유 없이 두근거렸다.
사람들 앞에서 늘 대표답게 굳세게 서 있지만,
아니 서 있으려고 노력하지만
노력할수록 굳세게 서있기가 힘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도 하루는 또 굴러가고,
나는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등을 업고
출근길에 나선다.
그렇게 습관처럼 사무실 문 앞에 섰는데
문고리에 조용히 걸려 있는 보냉 가방 하나가 있었다.
매장에서 손님에게 판매하지만
가끔 직원들에게 선물을 줄 때에도 사용하는 가방이다.
그 순간,
아침에 도착했던 직원의 문자 한 통이 떠올랐다.
"맑은 하늘이 반가운 좋은 아침입니다.
컨테이너 사무실 문 앞에 보냉가방 하나 걸어두었습니다.
모과레몬청, 황도잼, 포도, 단감, 무화과잼… 조금씩 넣어두었어요.
부담 갖지 마시고 정이라 받아주세요.
맛있게 드셔주시면 제가 더 감사하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ㅇㅇㅇ 올림.”
문장을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저려왔다.
일이라는 게 늘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좋을 때도 있지만 상처도 많고,
대표라는 자리는 늘 단단한 척해야 해서
누구에게도 쉽게 기대지 못한다.
그런데 문 앞에 걸려 있는 그 가방이
마치 내 속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따뜻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가방을 조심스레 열어보니
모과레몬청의 노란 향기,
황도잼과 무화과잼이 가진 묵직한 단맛,
포도와 단감의 싱그러움까지
하나하나에 손길이 닿아 있었다.
그 모든 정성에
그녀가 이걸 만들기 위해 들였을 시간,
퇴근 후 지쳤을 텐데도
과일을 씻고, 하루 종일 가위질했던 팔로 잼을 저었을 모습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표현하지 못할 고마움과
그녀의 대한 안쓰러움이 밀려오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늘 ‘대표’로 살아가느라
내 직원들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인지
잠시 잊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에 서운함이 풀리고,
뜻밖의 순간에 건네진 작은 정성 하나에
무너져가던 마음이 다시 일어서곤 한다.
그 가방은 그런 힘을 가진 선물이었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서 가방을 쳐다보았다.
들고 들어가기에 커다란 결심이 필요한 것처럼...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내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잊고 있었구나'
이렇게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우리 직원들이
내 곁에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아주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그건 모과청도, 잼도 아닌
사람이 주는 따뜻한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