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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ZE Nov 22. 2018

모든 것이 우연. 중국 시닝 청해성 여행 ep01

자연인의 상태로 돌아가다

양과 소들이 뛰어노는 자연 속에서의 3박 5일.
중국 같지 않은 중국.



여행의 서막.


여행을 가게 된 계기부터가 우연이었다. 우연히 차카염호라는 곳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아이 그래도 너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포기했던 곳. 그래도 여행은 가야 했기에 여러 여행지를 돌림판에 적어 설레는 마음으로 돌렸고, 이 무슨 필연인지 차카염호가 있는 ‘시닝’이 선정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를 부르는 곳이 시닝이겠거니와 그 누구도 내빼지 못하도록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항공권을 찾아보면서 직항은 당연히 없고, 가는 방법도 참 고통스러워서 주저할 뻔했지만 엄청난 경유 시간을 무릅쓰고 5개월 할부를 질러버렸다.


당시 이 사진을 보고, 시닝에 꼭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여행에미치다 페이스북 그룹
-NOTE-
항공편 :  서울(인천)-베이징(Beijing Capital)-시닝(Xining) 1회 경유. 
- Skyscanner에서 중국동방항공 비행기로 예약. 왕복 약 50만 원에 구매. 
- 베이징에서 시닝 공항까지 비행기로 약 3시간 소요.
- 중국에 도착하여 기차로 시닝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고 함.


사스가 대륙이고, 그리고 수도도 아닌 외딴 시골마을인지라 계획 없이는 못 갈 것 같아 떠나기 한 달 전에 미리 숙소도 알아보고 나름의 동선도 미리 짰다. 그러나 나도, 친구들도 사실상 귀차니즘의 정석인 사람들이라 딱 거기까지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다 보니 여행 일정이 훌쩍 앞으로 다가왔고 그냥 맘 편히 출발일자를 맞이했다. 아, 물론 내 친구 Y는 조금 걱정인형이어서 에어비앤비 주인을 못 믿겠다, 그 주인이 소개해준 기사 아저씨도 못 믿겠다, 장기 털리면 어떡하냐, 고산병 어쩌냐 등의 조바심을 냈지만 귀차니즘이 그 불안들을 이겨낸 듯했다.


대략적으로 짠 계획을 중국어를 좀 할 줄 아는 Y가 기사 아저씨께 전달했고 아저씨가 일정을 다 수정해버렸다는 답변과 함께 우리는 중국으로 떠났다.


-NOTE-
* 숙소는 Airbnb로 해결. 시닝 지역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가지 않는 건지, 대부분의 설명이 중국어로 되어 있으니 열심히 번역하면서 찾아야 함.
* 시닝은 차 없이는 다니기 매우 힘든 지역 중의 하나. 미리 '기사' 아저씨나, 중국 시닝 시내에서 '빵차'를 빌릴 것을 추천.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연계된 기사 아저씨를 추천해주는 것이 일반적.


출발.


떠나는 건 언제나 설레지만 이번은 좀 아니었다. 설렘반+슬픔반?


떠나기 전날 J를 만났는데 J가 공항까지 데려다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다. 아유- 그 먼 거리를 도대체가 어떻게 데려다주겠다는 건지, 자기 몸 힘들건 생각 안 하는지 어이없어하던 찰나 그의 눈빛을 봤는데, ‘그래 그럼’이라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출발 당일 6시 퇴근 시간에 맞춰 그는 회사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지하 1층으로 나갈지 지상 2층으로 나갈지 맞춰보라고, 해당하는 곳에 서 있으라 했는데 우린 어긋나지 않고 서로를 만날 수 있었다. 어흑 귀여운 사람. 퇴근 시간의 교통지옥을 지나 아슬아슬하게 8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제시간에 도착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어딘가에 정신을 무조건 놓고 왔을 것이다. 공항까지 가는 동안 그가 내 옆에 있으니 곧 못 본다는 현실이 덜컥 다가왔고 그 때문에 원래 여행은 항상 설렘이었던 나에게 가기 아쉽다는 감정이 생겼다. 출국장에서 손을 흔드는 그 순간까지 그 감정은 유지됐다. 그런데 출국 심사를 거쳐 면세품 인도장에서 화장품을 받는 순간 감정은 설렘으로 바뀌었다. 잠깐 미안!


누가 보면 생이별 하는줄


베이징에서의 경유가 6-7시간이었다. 이게 경유가 10시간인가가 넘어가면 무료 호텔을 제공해주는데 우리의 경우 그 시간이 애매해서 빼박 베이징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할 판이었다. 나는 어디에서나 곧잘 편히 잠들 수 있는 타입이라 노숙이 힘들진 않았지만, 피로에 쩌든 저 두 명을 보면서 다음엔 기필코 환승할 일이 있다면 꼭 호텔을 잡을 것을 약속했다.


아 그리고 커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Y와 함께 카페를 찾아 메뉴판을 보는데 블루마운틴 85위안이었나? 무튼 제일 저렴한 가격인 것 같아서 오, 블루 마운틴을 2,000원 가격에 먹을 수 있다니 대륙 스케일 역시다 하며 커피를 받았다. 아이스커피라면서 얼음은 거의 없고 특이점이 온 빨대를 보며 음 그래 이천 원이니까 내가 이해한다 하며 신나게 커피가 싸다고 한국에 있는 J에게 자랑했다. 커피를 마시며 쉬는데 우리가 카페를 간 사이 화장실을 다녀온 S에게 Y가 ‘아 여기 커피 진짜 비싸’라며 푸념을 하는 것이다.

"???? 무슨 소리야, 커피 이천 원인데.

     "???? 네 커피 이만 원이야.

"???? 1위안에 곱하기 200 정도 하면 대략 가격 나온다며.

     "그래 85에 200 곱해봐.

"!!!! 미친.


커피가 2만 원 돈을 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기에 너무 당연히 2천 원이라고 계산했던 것 같다. 블루 마운틴을 통해 환율 계산은 확실히 배웠다. 그리고 내 무릎엔 상처가 조금 났다.


[고산병약]은 반드시 사 가자. 공항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 가능.
기내에서 주는 청도 맥주. (리빙 포인트 : 기내에서 술 마시고 자고 눈 뜨면 어느새 공항 도착)
베이징 공항 노숙. Departure쪽 2층으로 가면 의자, 소파 등이 많다.
1층에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있어 간단한 요깃거리 구입 가능. 역시 맥주를 먹고 취해야 경유를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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