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갑자기재택을해버리면당황스럽게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코로나19와의 전쟁 중이다. 회사 앞의 한 음식점에도 서초구 확진자가 다녀갔기도, 그리고 몇백 명의 직원이 한 건물 안에서 같이 일을 하니 서로 조심할 수밖에.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된 월요일부터 회사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했으며, 수시로 손을 소독하며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러던 화요일, 당장 내일부터 재택을 시행한다는 회사의 방침이 내려왔다. 세상에마상에나, 자율출근제도 8 or 9시 출근을 선택하게 하던 곳에서. 이렇게 재택을 갑자기 시행한다구요?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그래서 재택근무 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라고 쓰고, 사실 소비하기 위한 당위성을 찾는 거임)
듀얼 모니터를 준비하고(?) / 생각보다 방에 wifi가 안 터져서 공유기를 구입(?) / 모니터를 들이고 보니 새 맥북과 호환이 안 되어 어댑터 픽업(?) / 노트북 거치대(?) // + 회사 내부망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사이트 접속을 위한 vpn, 원격 등 조성 // 다양한 작업들이 수반되었다.
그렇게 수요일부터 당장 재택 시작-
지금 재택 한 지 3일 차 재택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지만
역시 나는 재택(이거나 리모트 근무거나!) 재질이다.
재택 근무의 좋은 점
1.
출퇴근이 사라진다,
일어나면 출근이다.
시간이 정말 절약된다.
2.
쓸데없는 시간 소비가 사라진다.
1번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
개인적으로 안건 없는 회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자, 이제 회의나 할까?’를 제일 소모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회의란 자고로 각자의 의견을 ‘가지고’온 상태로, 서로 의견을 교류하며 디벨롭하는 시간이다.
0인 상태에서 같이 머리를 맞댄다고 뭐가 나오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 시간이 줄으니, 하루에 1-2시간은 무조건 확보가 된다.
3.
자유롭다.
나는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특히나 누가 내 뒤에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고 인지만 되어도, 뇌와 손이 멈춘다. (다들 그런가?)
지금 내 뒤에는 아무도 없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눈치 보이지 않는다.
더 자유롭게 나를 사용하게 되었다.
4.
음악을 크게 틀 수 있다.
나의 또 이상한 점 하나는, 일할 때 이어폰 끼고는 잘 못하겠다.
근데 브금으로 음악을 까는 건 완전 좋아한다. 그러니까 음악을 약간 백색소음으로 이용하는?
내 공간에 혼자 있으니까, 브금을 내맘대로 크게 틀어놓는다.
애플뮤직 사랑해요!
5.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해진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본인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게 되면 더 명확해지지 않나?
사람들과 텍스트로만 이야기해야 하니 오히려 더 전달하려는 목적이 명확/간결해진다.
그러나 소통 측면에서는 안 좋은 것 같기도.
6.
앉아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생각이 안 나면 가끔 일어나주기도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일어나 걸어 다닐 수가 없다...
지금 그냥 방 안을 걷는다. 생각한다. 그러곤 다시 앉는다.
7.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
재택 : 8시 출근 - 5시 퇴근을 신청해놓긴 했다. 그러나 밤에도 일한다.
나쁜 게 아니라 낮에 집중 안 되었던 시간을 밤에 쓰는 것이다. (나쁜 건가?)
그러니까 시간이 일의 척도가 되는 게 아니라, 내 노력의 정도가 일의 척도가 되고 있다.
재택 근무의 아쉬운 점
1.
바로 옆자리에 있으면 5분 말하고 끝날 일들이 있다.
2.
나 스스로는 가시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남들 눈엔 그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결과물로 말해야지 뭐.
3.
조금 심심하다.
농담 따먹기 할 사람이 없어서, 채팅방이 가끔 불나기도 한다.
4.
평소에 하지도 않던 집안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왜 갑자기 바닥을 쓸고 싶지?
5.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그런지, 자꾸 방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불쌍한 눈빛인 건 알겠는데 집중하쟈냐요ㅠ
6.
몸이 찌뿌둥하다. 확실히 몸의 움직임이 줄었다.
갑작스럽게 내려온 재택에 회사의 경영부서나, 인프라 부서에서 진짜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다.
이렇게라도 재택근무에 대한 테스트를 거치고 제대로 복지로 자리 잡으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 광광 광광!
그리고 일하는 데 집중도 최상으로 올려주고 있는 지금 듣고 있는 음악 뿌리고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