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사람

필사 기록

by 희주



[우정 도둑], 유지혜

내가 믿는 일을 믿지 않는 사람을 미워했다. 다른 취향들은 존중하면서 신념에 대해서만 유독 그랬다. 그러다 보니 나를 넓히는 일이 어려워진 것 같다. 각자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살 텐데 내 신념만 고귀할 순 없다. 이런 고민들은 나의 신념을 져버려야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 무너진다. 또 그 사람을 미워하며 내 신념을 지켜간다. 끊어지지 않는 순환이 계속된다.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낫지. 하는 마음으로 짐을 챙기곤 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일정을 소화해 내는 상상을 하며 그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담았다. 짐을 모두 풀어낸 날은 한 번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것이 필요해지면 불안했다. 무의 상황에서 해결해 갈 도구를 찾는 상상력이 내겐 부족했다. 상상력은 다가올 일을 멋대로 추리하는 데에 썼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정말 적다는 걸 깨달아 가면서도 나는 계속 짐을 챙긴다. 정말 필요한 것, 혹시 몰라 넣는 것,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을 상상하며 짐을 늘려가는 게 버거운 일이기만 할까. 잃어버릴까 조바심 내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미련만 가진다면 물론 버겁기만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짐을 모두 짊어질 결심을 했다면? 아무래도 나는 자연을 닮은 사람은 못 될 것 같다. 그래도 짐을 덜어내는 법은 꼭 배우고 싶다. 생각 없이 부딪히며 현재에만 살아보고 싶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있는 둥 없는 둥 지나간 내 현재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짐 없이 떠나고 싶다.



나를 계발시킨 건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하라는 지침이 아닌 어떻게 해석해도 좋을 이야기였다. 내가 했던 행동을 분석하는 것보다 남이 한 행동을 분석하는 게 도움이 됐다. 나는 어디까지나 나이기 때문에 내가 아닌 존재를 통해 배우고 바꿔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남의 글을 빌려 내 글을 쓴다. 남이 쓴 문장 없이 글을 쓰는 건 어렵다. 이건 글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남의 생각이나 행동, 태도들을 보며 글감을 얻고 삶의 방향을 정해간다. 내가 나로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좋다. 그럴수록 더 내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