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가이드1]
처음 오는 그대에게

by 하임

도쿄에서 산 지 어느덧 1년 반이 되어갑니다. 올해 봄 즈음에는 서울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정말 무덥던 2024년 7월부터 도쿄로 이사 왔는데, 사실 그전에도 스물여덟 번이나 출장이나 여행으로 왔다 갔다 하던 곳이었습니다.

나에게는 어찌 보면 서울보다 더 익숙한 곳입니다. 서울에서는 집과 회사를 오가는 게 고작이었고, 의류 쇼핑은 겨우 인터넷이나 집 가까운 몰에 가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이에 비해 도쿄는 생필품이야 아마존을 통해 주문하면 되지만, 신선식품 배달도 한국만큼 빠르지 않고 의류 등 쇼핑의 대부분이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앱을 통한 구매는 반품 절차가 까다로워서, 결국 직접 매장을 방문하다 보니 생각보다 도쿄 구석구석을 많이 다니게 되었습니다.

도쿄는 파리나 뉴욕처럼 무심히 걷다가 고개만 살짝 돌려도 "아, 이곳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역사나 의미가 묻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지난 12월, 가족들과 함께 처음 도쿄 여행을 온 지인이 문득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도쿄 가면 어디 가면 돼?"라는 질문을 아주 짧고 굵게, 그리고 엄중하게 하더군요. 친한 사이라 직접 데리고 다니며 여러 장소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평일 근무 중이라 어쩔 수 없이 고심 끝에 '도쿄 입성 시 주의 사항'과 '꼭 가야 할 곳' 몇 군데를 콕 집어 주었습니다.

그래, 일단 '점'들을 먼저 찍어야 나중에 '선'으로 연결할 수 있겠지 싶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처럼 일단 마주하고 나서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게 더 나을 테니까요.


1. 도쿄를 마주하는 첫걸음: 준비


가끔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에 올 때면, 마치 국내 여행 가는 기분이라 깜빡하고 로밍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물론 안 하고 오더라도 당당하게 한국 로밍 센터에 전화 걸어 "오늘부터 로밍하겠다"라고 하면 다 해주긴 합니다. 하지만 초보자라면 통신사 로밍을 하든, 도시락(와이파이)을 지참하든 미리 준비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길입니다.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오시는 분들에게는 공항에서 허비하는 시간만 줄여도 여행지 한 곳을 더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요.


여행을 앞두고 '비지트 재팬 웹(Visit Japan Web)' 사이트에서 여권 정보와 항공 스케줄을 미리 입력해 두는 것은 요즘 여행의 필수 루틴입니다. 입국 심사와 세관 신고를 위한 QR코드를 미리 캡처해 두면 현장에서의 절차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Visit Japan Web 공식 사이트 (https://services.digital.go.jp/ko/visit-japan-web/)


다음은 교통카드입니다. 물론 공항에서 빡빡하게 다니실 분들은 외국인을 위한 패스(1일권, 3일권 등)를 살 수도 있겠지만, 도쿄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다면 교통카드를 발급받으세요.

아이폰 유저라면 지갑 앱에서 'SUICA(스이카)'를 검색해 즉시 발급받으면 되고요, 삼성폰(안드로이드)을 쓰시는 분들은 하네다 공항 입국장을 나와 JR 동일본 여행 서비스 센터나 전용 발매기에서 **'웰컴 스이카(Welcome Suica)'**를 구매하세요. 단, 이 카드는 외국인 전용이라 사용 기한이 28일입니다. 처음부터 과하게 충전하지 마시고, 출국할 때 편의점에서 남은 잔액을 탈탈 털어 쓰시는 게 좋습니다.

JR 동일본 웰컴 스이카 정보(https://www.jreast.co.jp/multi/ko/welcomesuica/welcomesuica.html)


2. 낯선 면세의 풍경: 쇼핑 팁


저는 일본 거주자이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지만, 여행자라면 면세 혜택을 놓치지 마세요. 일본에서는 세금 별도 5,000엔 (세금 포함 5,500엔) 이상 구매 시 소비세 10%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거주자가 되고 나니 이 혜택을 못 받아 소비 욕구가 많이 감퇴하더군요.


면세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백화점: 물건값을 다 내고, 영수증을 들고 면세 카운터로 가서 현금이나 카드로 돌려받는 방법.

로드숍(유니클로, 돈키호테 등): 여권을 제시하면 계산대에서 바로 세금을 뺀 금액으로 결제해 주는 방법. (제일 편합니다.)

앱 환급 방식: 일부 매장은 특정 앱을 설치하고 계좌를 등록해야 환급해 줍니다.

참고로 앱을 통해 환불받으라는 가게는 가능하면 패스하세요. 어플 깔고 가입하고 등록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금이니까요. 또 한 가지는 이세탄이나 미츠코시 백화점에 가신다면 1층 안내데스크에서 '게스트 카드(여행자용 5% 할인 카드)'를 먼저 만드세요. 5% 할인에 면세까지 받으면 약 12~13%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슈프림이나 빔즈(BEAMS) 등 일부 매장, 그리고 니들스(Needles) 같은 브랜드는 면세가 안 되는 경우가 있고, 캐피탈(Kapital)은 롯폰기 힐즈 매장만 면세가 가능하니 참고하세요.

도쿄 여행의 꽃은 쇼핑이라는데, 이런 걸 모르고 갔다가 계산대 앞에서 시간 낭비하면 억울하죠. 게다가 서울보다 해가 짧고 대부분의 매장이 저녁 8시면 칼같이 문을 닫기(Closed) 때문에 여행자의 마음은 무척 급해집니다.


3. 시부야: 변화하는 도시의 표정


시부야 역 앞 스크램블 교차로는 언제 봐도 활력이 넘칩니다. 역 맞은편 츠타야 서점 2층 스타벅스 창가 자리는 이 역동적인 풍경을 담기에 가장 좋은 스폿입니다.

최근의 시부야는 미야시타 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미야시타 파크 (Miyashita Park): 시부야 재개발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1층의 KITH 매장을 구경하고, 2층 KITH TREATS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드신 뒤 옥상 공원에 올라가 보세요. 예전의 음침했던 공원이 이렇게 힙하게 변했습니다. (https://www.miyashita-park.tokyo/)

파르코 (PARCO): 휴먼메이드(Human Made), 포터(Porter) 등 트렌디한 일본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6층에는 닌텐도, 포켓몬 센터 등 캐릭터 숍이 가득해 '덕후들의 성지'라 불립니다. (https://shibuya.parco.jp/)

메가 돈키호테 시부야 본점: 쇼핑의 마무리는 이곳에서 하세요. 도쿄 내 돈키호테 중 가장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쾌적하고, 24시간 영업이라 저녁 드시고 느긋하게 가셔도 됩니다. (https://www.donki.com/store/shop_detail.php?shop_id=442)


4. 오모테산도와 하라주쿠: 우아함과 개성


명품 로드숍이 즐비한 오모테산도는 도쿄의 가장 우아한 민낯을 보여줍니다. 1927년에 지어진 아파트를 안도 타다오가 재건축한 오모테산도 힐즈는 가로수 높이를 넘지 않게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건물주한테 멱살 잡힐 일이지만, 건물과 거리와 사람을 잇겠다는 그의 철학은 대단합니다.

오모테산도 힐즈: (https://www.omotesandohills.com/)

그 옆에는 랄프 로렌의 집을 본떠 만든 **랄프스 커피(Ralph's Coffee)**가 있습니다. 걷다 지친 여행자에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사하는 곳이죠.

랄프스 커피 오모테산도: (https://www.ralphlauren.co.jp/)

출출하다면 줄 서서 먹는다는 하라주쿠 교자로오나,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이치란 라멘을 찾아가 보세요. 가보면 외국인들밖에 없습니다.

하라주쿠 교자로오: (https://tabelog.com/tokyo/A1306/A130601/13001284/)

이치란 라멘 하라주쿠점: (https://ichiran.com/shop/tokyo/harajuku/)


5. 긴자, 신주쿠: 도시의 다양한 표정


긴자는 백화점과 명품의 거리입니다. "긴자 식스(GINZA SIX)"와 그 맞은편 유니클로 긴자의 뒤편에 있는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은 패션 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코스입니다. 두 곳 다 가격의 사악함은 차치하고 그냥 일단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긴자 식스: (https://ginza6.tokyo/)

도버 스트리트 마켓 긴자: (https://ginza.doverstreetmarket.com/)

혹시 쇼핑을 하다가 매콤한 게 땡기신다면 긴자 식스 뒤편의 도쿄 아부라 소바 집도 가볼 만합니다. 30분 이상 대기 타는 것은 기본인데, 점심시간 피하면 기다릴 만합니다.

도쿄 아부라 소바 긴자조: (https://www.tokyo-aburasoba.com/)

신주쿠에서는 번잡함 속의 평온을 찾아 신주쿠 교엔(공원)으로 향해보세요. 제가 가본 곳 중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입니다.

신주쿠 교엔: (https://www.env.go.jp/garden/shinjukugyoen/)

근처에는 일본 햄버거 대회 우승에 빛나는 쇼군 버거(Shogun Burger)가 있는데, 와규로 만든 패티 맛이 좋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쉑쉑버거에 비해 양념 맛은 강하지 않았습니다.

쇼군 버거 신주쿠점: (https://shogun-burger.com/)


6. 롯폰기: 밤이 깊어가는 도시의 문화


롯폰기는 화려한 야경과 현대 미술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동네입니다. 롯폰기 힐즈 전망대(52층)에서 바라보는 도쿄 타워의 야경은 여행의 정점을 찍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롯폰기 힐즈 전망대 (Tokyo City View): (https://art-view.roppongihills.com/)

미드타운 쪽으로 내려오면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21_21 디자인 사이트와, 곡선미가 돋보이는 국립신미술관이 있습니다. 건축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산책 코스입니다.

21_21 DESIGN SIGHT: (https://www.2121designsight.jp/)

국립신미술관: (https://www.nact.jp/)

KakaoTalk_20260204_161513561.jpg 마루노우치 빌딩에서 본 도쿄 역 야경


[에필로그]

이번에 정리해 드린 내용은 그저 여행 안내서의 '기초 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점들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비로소 도쿄라는 도시의 윤곽이 보이실 겁니다.

그다음 심화 여행에서는 커피 한 잔의 기억을 찾아가 보세요. 오모테산도의 필커피(Philocoffea)나 도쿄 현대 미술관 근처의 카페 마메야 카케루(Koffee Mameya Kakeru), 혹은 시부야의 토라헤비 커피 같은 곳들 말이죠.

필커피 (Philocoffea): (https://philocoffea.com/)

카페 마메야 카케루: (https://koffeemameya.com/)

토라헤비 커피: (https://www.torahebi.jp/)

심화 여행 편은 여러 주제로 나누어야 하니 시간을 잡는 대로 다시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