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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nrich Jun 07. 2023

결혼하지 마세요

결혼은 미친 짓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같이 산 부모 형제하고도 같이 살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20년 이상 따로 살면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온 사람하고 한집에서 살겠다니. 그것 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요. 게다가 내 가족과 배우자의 가족은 그만큼 또 생각이 다른데 그걸 또 중간에서 조율해야 한다니. 그 노력의 반만 들여도 사회에서 훨씬 더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결혼해도 되는 경우는 딱 다음의 경우뿐입니다.


나 혼자 사는 삶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아쉬운 게 없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너무 완벽해서 어떤 면으로든 도움을 줬으면 줬지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누가 돈을 주든 애정을 주든 사실 다 필요 없다. 그래서 결혼 생활 중 생기는 모든 문제에 내가 일방적으로 희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주변에 전혀 없다.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든.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예를 들어 부모님이 서로 사이가 너무 좋으셔서 나를 귀찮아하실 정도여야 한다.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나에게 기대가 있거나 자꾸 하소연을 하거나 하면 안 된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도 똑같은 상태다.


그렇지 않다면 결혼 생활은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내가 혼자 지냄으로 얻는 고통보다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느끼는 고통이 더 크겠죠. 물론 나보다 상황이 훨씬 나은 사람을 만나서 내 행복은 늘리고 배우자의 행복은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좀…


저런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 하나를 찾기도 어려울 텐데, 저런 사람 둘이서 만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일입니다. 저런 커플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결혼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 정말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하세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결혼에 수반되는 고통은 그 조건이 주는 유익을 뛰어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건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좋은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고통이 더 크다면 - 더 좋은 조건을 찾는 게 아니라, 고통을 이길 방법을 찾아야죠. 불구덩이에 들어가더라도 사랑하고 싶은 그런 사람하고 결혼하세요. 그거 밖엔 방법이 없는 것 같네요.


… 개똥철학입니다. 한번 이런 것도 그냥 써보고 싶었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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