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ements of Style이라는 책이 있다. 미국식 영어 글쓰기의 교본 같은 책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 어떤 스타일로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대학에 갓 들어갔을 때 교수님들이 꼭 읽어보라고 해서 도서관에 들려 펼쳐보았던 기억이 있다. 빌려보지는 않았다. 읽을 책이라기보다는 참고용 소책자에 가까웠으니까.
15년이 지나 휴가를 떠나기 며칠 전 The Elements of Style을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글쓰기가 매우 중요한 회사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던 중 글쓰기 관련 추천 도서를 찾아보다가 발견했다. 교수님들이 이 책을 추천했던 이유는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명확해졌다. 15년 전 나는 그 조언을 받아들일 그릇이 아니었던 거다. 그 조언을 이해할 수 있었던 누군가에게는 도약할 수 있는 한걸음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던 나는 적어도 몇 년을 헤맨 끝에 15년 전에 올 수도 있었던 곳에 도착한 것이다. 기회도 잡을 수 있는 안목과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기성세대의 조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다른 정보와 마찬가지로 기성세대의 조언도 흙 속에 진주가 숨어있다. 크고 작음은 있을지언정 진주는 항상 있다. 그리고 진주는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