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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오사카역, 오사카. 1,2,3,4 빌딩.

코엑스 쇼핑몰 보다 큰 이자카야 거리와 110엔 생맥주.

by 하인즈 베커
KakaoTalk_Photo_2025-02-12-04-57-04 001.jpeg 오사카역 중앙북쪽 출구 / 하인즈 베커 사진


이 연재의 제목이 <맥주. 기차. 혼자. 일본. 일주>라는 것을 다시 상기하며 오늘의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렇다. '맥주'는 내 일본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다. 개인적으로 맥주 맛을 배운 것은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미국 유학을 했다. 밀워키는 뮌헨, 삿포로와 함께 세계 3대 맥주 성지로 통한다. 독일계 이주민들이 이 도시를 만들었다. 그래서 소시지와 치즈도 훌륭하며 살찌기 최적인 장소다. 밀워키는 'Brewers'라는 밀 농사꾼이라는 뜻을 가진 프로야구단도 가지고 있다. 얼마 후, 새로운 K-Ball 스타가 된 이정후도 이곳 '밀러파크'에서 홈런을 칠 것이다.


다운로드.jpg Old Milwaukee / 광고 이미지


밀워키에서는 당연히 미국 전역에서 나오는 맥주를 넘어 전 세계 모든 맥주를 마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Pabst라는 예쁜 리본 그림이 있는 맥주와, Old Milwaukee라는 붉은 맥주를 좋아한다. 가격도 아주 저렴하다. 덕분에 나는 맥주를 사랑하게 되었고.



1월, 오사카역 앞 무료 스케이트 장 / 하인즈 베커 영상


오사카에 온 목적 중 1번 역시 맥주였다. 소도시를 중심으로 여행을 하다가 부산을 닮은 대도시 오사카, 오사카역을 나서자마자 느낀 것은, 마치 사방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빌딩들의 위압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위압의 껍질 아래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오사카 1, 2, 3, 4 빌딩>. 지상에는 기업들이 북적이지만, 진짜 오사카의 리듬은 지하에서 시작된다.


지하 1층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바뀐다. 따뜻한 음식 냄새가 코를 스치고, 왁자지껄한 말소리가 벽을 타고 흘러온다. 벽에 붙은 메뉴판엔 믿을 수 없는 숫자들이 적혀 있다. 오사카 직장인들, 관광객, 현지 단골들—모두가 한 공간에 뒤섞여 있다. 혼잡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분위기. 그곳은 단순한 식당가가 아니었다. 하나의 거대한 이자카야 거리였다. 아침 9시부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


KakaoTalk_Photo_2025-02-12-04-57-05 002.jpeg 오사카 역 앞 제 4빌딩 / 하인즈 베커 사진


첫 번째 가게로 들어갔다. 테이블은 이미 빽빽했고, 철판 앞에 선 사장님의 손놀림은 군더더기 없었다. "생맥주 299엔!"이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맥주를 주문하고, 잔이 도착하는 찰나—이미 승리한 기분이었다. 거품이 촘촘히 올라온 유리잔. 첫 모금은 오사카의 공기처럼 시원하고 뚜렷했다. 곁들인 타코야키는 겉은 바삭했고, 속은 뜨겁고 부드러웠다. 맥주와 찰떡같이 붙어, 전날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냈다. 야키토리를 추가했다. 완벽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곳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미지의 가격 탐험지였다. 혹시 더 싼 맥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묘한 기대감에 이끌려, 다음 가게로 향했다. 두 번째 가게. 입구부터 북적였고, 내부는 소란스러웠다. 회식 중인 일본 회사원들, 소리 내 웃는 관광객들. 그리고 그 가운데, 나는 믿기 힘든 숫자와 마주했다. 생맥주 199엔. 고개를 저을 새도 없이 주문했다. 부타야키를 안주로 곁들였다. 돼지고기와 양배추를 함께 철판에 볶아, 짭조름하고도 달큼한 소스로 마무리한 그 한 접시는, 일본식 혼술의 정수를 보여줬다.


KakaoTalk_Photo_2025-02-14-04-12-53 002.jpeg 메뉴판 / 하인즈 베커 사진
KakaoTalk_Photo_2025-02-14-04-12-53 004.jpeg 세 접시 합쳐서 1만원쯤? / 하인즈 베커 사진


세 번째 가게에서는 기어이 충격에 가까운 가격과 마주했다. 생맥주 150엔. 계산이 되지 않는 숫자였다. 술값보다 안주가 더 나올 거라는 예감조차 의미가 없었다. 주문한 도미 머리가 어서 먹어달라고 재촉하고, 가쓰오부시가 가볍게 춤췄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이 맥주와 섞여 입 안을 적셨다. 이제는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경험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네 번째 가게. <1969> 전설의 입구였다. 메뉴판을 보자마자 멈춰 섰다. 생맥주 110엔. 기린 로고가 찍힌 생맥주 잔이 도착했다. 거품은 완벽했고, 잔은 차가웠다. 첫 모금. 맛은 앞서 세 곳과 다르지 않았다. 변함없이 깔끔하고, 변함없이 완벽했다. 단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가격. 말도 안 되는 가격. 이곳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었다. 진정한 맥주 애호가들의 성지였다. 나이드신 사장님과 4명의 딸들이 가족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었다. 나는 그 중 큰 딸인 '마이'와 친구가 되었다.


IMG_4851.JPEG 110엔. 우리 돈 1,000원으로 생맥주 한잔 / 하인즈 베커 사진
IMG_4849.JPEG 하리케인 죠도 권투시합 끝나고 한잔 했을 곳 / 하인즈 베커 사진


이곳의 진짜 매력은 단지 싸다는 데에 있지 않다. 부담 없이, 가볍게, 아무 시간에나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자유. 오전 10시 30분에 일하다가 잠깐 그리고 점심시간에 가볍게 걸치고 나오는 직장인, 오후 3시에 축배를 드는 관광객. 누구도 눈치 주지 않는다. 오사카 1, 2, 3, 4 빌딩 지하는 도시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작고 따뜻한 마을이다. 술과 안주,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 하루의 피로를 흘려보낸다. 낮부터 밤까지, 지하에서 계속되는 이 축제는 끝날 줄 모른다.


다양한 맥주, 가벼운 안주, 좋은 사람들. 모든 것이 너무도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오사카의 진짜 성지다.


IMG_4850.JPEG 물론, 흡연도 자유롭게 / 하인즈 베커 사진
KakaoTalk_Photo_2025-02-12-04-35-53 004.jpeg 맛있다. 오사카 / 하인즈 베커 사진



https://maps.app.goo.gl/ikfRLx2PGUuDG8fU9




이 글은 정보보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 편씩 나눠서 읽으셔도 좋지만, 소설처럼 처음부터 천천히 읽으셔도 좋습니다. 첫회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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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작했습니다!!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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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즈 베커의 웹소설 <나의 AI는 마이클 조던>


https://novel.munpia.com/45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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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하나만 하려고 합니다. 이제 브런치 온 지 세 달째. 많은 글을 썼습니다. 얼마 전에는 <오늘의 작가>도 되었습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메일을 받았지만, 현재 시장 상황도 잘 모르고, 알기 위해 공부할 시간도 별로 없어서 누구에게도 '네'라고 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연재하는 대부분의 글들에 꼭지가 쌓였습니다. 제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출판사 사장님, 직원분, 관련업계 종사자 많은 거 잘 압니다. 작가님들도 출판하시는 지인들 많으실 테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제 계약하시죠. 전화 주셔도 좋고 이메일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문 두드려 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작가 / 하인즈 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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