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창(悲愴)


이현우


남몰래 걷는다 *파곳(Fagotto)
낮은 목소리로 기억 저편 골목길을

가슴 아픈 역사의 빗나간 진실
무겁게 다가오는 먹장구름
절망의 심연 더듬는 아다지오
고독하게 걸어가는 마지막 잎새

"이것의 표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될 것이다"
보헤미안의 절절한 외침 인가

콘트라베이스 공허한 화음
신음을 토해내며 침울한 멜로디
상복 입은 여인처럼 바이올린
흐느끼며 안긴다
잔잔한 여유로움도 잊은 듯
휘몰아치며 금관악기의
수도꼭지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솟구치는 절망의 노래 강같이 넘쳐
심장이 멈추어 선다

울다가 지쳐 잠 못 드는 밤
흔들리고 흔들리며 잡을 수 없는
웃고 있지만 울고 있는 달빛은
외줄 타는 피에로의 일생
절망에 젖은 늪,
건널 수 없는 바다에 빠진다

숨 쉴 수 없는 처절함 빗나간
현실 속에 잡을 수 없는 fado*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심장 가르는 화살 같은 운명,

늪에 빠진 시들어버린 태양
아! 이제 어쩌란 말인가?

천년이 하루 같은 밤
뒤돌아갈 수 없는 목맨 사연을
지울 수 없는 계절에 새긴다








* 파곳: 베이스 낮은 음역대의
금관악기, 바순이라고도
부른다
* Fado: 포르투갈의 민속음악
어두운 숙명, 가사 내용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1악장' 보기
https://youtu.be/g8 lnjW7 GVuA

* 작가 후기
차이코프스키의 말년의 이룰 수 없었던
사랑과 삶의 고통을 부족한 글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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