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학과 시

이근모의 시 창작 이야기-001


#시론

이근모의 시 창작 이야기-001


[한 작품에는 한 가지 이야기만 쓰자]

-한 작품에 한 가지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이 현대시의 기본이다-


시 작품 속에는 시제가 있고 주제가 있다

여기서의 시제는 시의 제목을 말하고 주제는 창의적인 시 작품에 나타나는 중심 사상을 뜻한다.

따라서 시제 즉, 제목은 시의 주제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 작품에 제목은 하나 인데 주제가 여러갈레라면

그 시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는 시 아닌 시가 되어 시라 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 한 작품에는 한가지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이유가 된다.


이미지 묘사를 시적이고 아름답게 한답시고 필요이상으로 이미지 묘사에 동원되는 사물의 그림이나 한가지 비유가 아닌 여러가지 비유를 가져온다면 시문이 길어지고 의미하는 그림이 겹쳐서 자연스러운 이미지 흐름이 되지않을 뿐 아니라 시론에서 말하는 만드는 시가 아닌 선무당 만드는 시가가 되어 자칫 난해시가 될 소지가 크다 할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 한다는 의미에서 한 작품에 한 가지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을 현대시의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미지 묘사의 비유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할것이다.


비유(比喩)는 시의 표현 기교의 하나로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이나 관념을 그것과 유사한 다른 사물이나 관념에 빗대어, 보다 생동감 있고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표현방법이다. 비유는 두 사물의 유사점에 근거하여(유추관계) 이루어진다. 이 때, 표현하려는 대상을 원관념, 비교되는 매개물을 보조관념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유에는 직유와 은유라는 비유가 있는데


직유는 원관념에 보조관념을 직접 연결하여 표현하는 방법으로, '~처럼', '~같은', '~인 양' 등을 사용하여 연결한다.


예>를 들면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등을 뜻하고


은유는 유추나 공통성의 암시에 따라, 다른 사물이나 관념으로 대치하여 표현하는 기법이다. 'A는 B이다' 식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고도의 은유에는 A가 생략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번뇌는 별빛이라. (<승무>)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등을 뜻하는데


여기서 하나의 이야기를 쓰라하면

이미지 묘사의 비유를 한 가지로만 하되 여러 물체로 비유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름달 같은 내 어머니는

달맞이 꽃 향기 이고

샛노란 개나리 꽃잎 같은

청초함 입니다


라고 시를 썼다면


미사어구로 묘사된 어머니의 모습 같지만

어머니의 모습이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 이미지를 상상해 낼 수가 없다 할것이다.


보름달 같은 어머니는 보름달 특징에서 묘사되어 보름달로 인식 되어야 하는데 보름달도 아니고 달맞이 꽃도 아니고 개나리꽃도 아닌, 정확한 형상을 상상해 낼 수 없는 어머니로 어머니의 이미지는 물론 어머니를 통한 메시지도 없는 것이다


이런식 표현 기교는 이미지를 꼬아 놓은 1차적 표현에 불과할 뿐 불필요한 달맞이 꽃과 개나리 꽃을 가져와서 여러가지 이야기로 혼란만 주었다는 것을 지적해 보는 것이다.


차라리

내마음은 호수요 처럼 비유의 기본 은유로


내 어미니는 보름달

집안을 환하게 비춰주고

언제나 둥글둥글

우리 형제 편애하지 않고

보듬어 주지요


이렇게 한 가지 사물만 가지고 묘사할 때

독자는 쉽게 그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화자의 시심을 편안하게 공감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한가지 이야기로 쓰라는 것은 시에서 상징과도 관계 있는 시론과도 일맥 상통한다 할것이다


시에서의 상징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살펴 보기로 하고 본 소고를 마치면서 본 소고와 관련한 시 한편을 감상해 본다.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님의 침묵>(1926) -


[감상]

당신을 위한 헌신적 기다림이 은유의 효과를 통해 표현된 이 시는 여성적 명상적 어조의 성격을 띄고 있다

제목이 나룻배와 행인 으로 두 물체가 등장한다

여기서 나룻배는 나 행인은 당신으로 은유의 표현을 통해

나는 화자 바로 만해 한용운 자신이고 행인은 님으로 중생을 의미하고 있다

시문에 니오는 물은 고해(苦海). 물을 건너는 행위는 사회 현상의 제도(濟度)를 의미 한다 할 수 있다


시구 중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는

이 시의 주제가 되는 인내와 희생을 통한 사랑의 실천을 의미하는 시구라 할 수 있다.


시상의 흐름을 보면

1연 : 나와 당신의 관계

2연 : 인내와 희생의 자세

3연 : 헌신적 기다림의 자세

4연 : 나룻배와 행인의 관계 강조한

시상의 흐름을 통해

나룻배와 행인을 제재로 하여 참된 사랑의 본질이 자비와 인(忍)을 바탕으로 한 희생과 믿음임을 노래한 작품으로

시에 등장하는 두 인물, 즉 나룻배로 형상화된 시적자아와 행인으로 형상화된 님이 보여주는 태도를 이해함으로써 이 시의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는 방향 설정이 되리라 본다.


나룻배(시적자아)는 감정의 기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당신을 건너가게 하는 일(나룻배의 임무)'을 위해 온갖 역경을 묵묵히 견뎌내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것은 '믿음'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반면 행인(님)은 그런 나에 대해 너무 무심하고 일방적이고 무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태도는 시적자아의 희생과 인내의 태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모습이 되고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불교사상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종교적 · 관념적 언어로서가 아니라 '나룻배'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시의 주제를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흙발로 짓밟혀도 원망하지 않고(인내),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며(희생), 언제 올지도 모를 당신을 기다리며 낡아가는 나룻배의 헌신성(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님'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로 하여금 절망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2연 3행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에 나타나 있다. 이것은 '님'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다. 이 믿음은 <님의 침묵>의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와 동일한 차원으로, 거자필반(去者必反)의 원리를 믿고 있기에 날마다 '님'을 기다리며 낡아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해에게 있어서 '님'은 현실적으로 떠나고 없지만, 그 '님'과의 이별은 만남이라는 밝은 긍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차원 높은 이별이다. 보통 이별을 주제로 한 시는 슬픔과 함께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정서의 감성으로 그 대표적 시가 소월의 시라 할 수 있는바, 소월의 '님'은 이미 죽었거나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떠나 버린 '님'이므로 그의 시가 비탄과 체념적인 어조를 띠고 있는 데 비해, 만해의 '님'은 반드시 돌아올 것을 확신하는 '님'이므로 그의 시는 항상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이다.




한편 이 작품을, 창작된 시기인 일제치하와 관련시켜 해석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보면 행인은 우리의 조국이다. 나룻배인 나는 빼앗긴 나라가 다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고, 이러한 마음을 나룻배와 행인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런 전제로 볼 때 '당신'에 대한 헌신적인 기다림은 '조국 광복에 대한 신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참고 문헌]

우리말 우리글 현대문학 장르에 대한 이해

우리말 우리글 현대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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