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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학과 시


*詩와 이야기

(10주년 축시)


이현우


1

퇴근을 기다리는 지하철 도시를 밝히며 걷는 달빛사냥꾼

골목길 카베르네쇼비뇽 레드와인 취하고 싶은 고향 밤바다

와포바인 7080 영화를 떠올리며 핑크빛 무도회 주문한다


2

어리석은 내 속의 나를 비우고 깨뜨리며 고독한 여백을 그린다

정답을 알 수 없는 리포트에 동그라미 그리듯 써 내려가는 독백

어떤 말이라도 들어줄 것 같은 넉넉한 창조자 낯설게 비틀어서

정의와 진실 박수를 보내며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의 뒷모습

살과 피를 오려내듯 포기할 수 없는 낙서들 낡은 스마트폰 원고지

뱀꼬리처럼 이모티콘들 꿈틀거리며 보들레르와 랭보를 그린다



3

살아도 죽어도 깨어나는 詩 같은 詩, 詩를 위해 詩가 되어버린

백석의 영혼 그를 사랑한 지울 수 없는 詩 불멸의 연인 길상사의 자야

음악과 낙엽은 레코드판 위를 뒹굴며 밀어주고 당겨주는 쇼트트랙

새벽을 기다리던 달달한 시어처럼 시큼한 사연 빛바랜 기타 줄 튕긴다


4

행과 행 떨어진 간극은 은유와 수사법 뛰어노는 가장무도회

거꾸로 서서 유년시절의 주인공 시네마천국을 마주 본다.

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이야기, 까만 하늘 빛나는 별시인 그대

별 둘의 시인과 잉태되지 않는 연애소설 아바타의 비유와 상징

객관적상관물 발상은 멍든 하늘 장대 위 고추잠자리의 줄다리기

이름 없는 시인 기, 승, 전, 결 제목 없는 시집은 새벽을 연주한다.





*작가후기


10주년을 축하드리며 ''시와 이야기'' 와 시학과 시가 더욱 발전되시길 바라며 수고하시는 이근모선생님과 편집위원 문우님들을 생각하며 부족한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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