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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학과 시


*좋은 시 감상


이근모(시인)


뙤약볕 저 여자 / 최영철

땡볕 피해 잠시 그늘에 서서 땀 식히는데

건너편 공사장

함지에 돌무더기 담아 부지런히 이다 나르는 저 여자

노래방 도우미만 해도 한 시간 몇만 원이라는데

공짜 술에 노래에 장단이나 맞추어주면

넉넉한 하루 일당이라는데

참 딱하게 시원한 그늘을 두고

땡볕 아래 구슬땀 흘리며 가지 뻗는 저 여자

큰 나무가 드리워준 시원한 그늘을 마다하고

있는 힘 다해 그늘을 밀어내며

은근히 파고 들어온 남정네의 취한 손길을 밀어내며

참 딱하다 그늘에서 퍼낸 돌무더기

뙤약볕 아래 자꾸자꾸 내다 버리고 있는 저 여자

그녀가 버린 돌무더기

환한 땡볕 아래 모여 앉아 반질반질 윤기 나는 눈으로

이쪽 그늘의 나를 쳐다보는데

와르르 또 한 번의 돌무더기를 내려놓고

바삐 돌아서는 저 여자

그늘에 선 나를 쓸어 담아

와르르 뙤약볕 한가운데 내려놓으려고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저 여자

시집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


<최영철>

1956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

1984년《지평》 3집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일광욕하는 가구』,

『야성은 빛나다』,

『홀로 가는 맹인 악사』, 『가족 사진』,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 『그림자 호수』등이 있음

제2회 백석문학상 수상.

현재 부산 예술문화대학 문예창작과에 출강 中.


(감상)

황폐한 삶의 굴레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과 건강한 삶을 메시지로 담이낸 시로 전통적 우리 고유의 여인상을 그려서 진정한 삶이 무엇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시속에 흐르는 시인만의 독특한 가락과 장단으로 빚은 발랄한 시적 리듬은 시를 감상 하는 맛을 더해주고 있다. 인스턴트 문화와 편한것이 편하다는 오늘의 세대상에 일침을 놓고 땀내 나는 노동의 현장과 돌무더기를 시인 특유의 언어유희와 발랄한 리듬 감각과 함께, 바야흐로 21세기 한국 시의 새로운 풍경, 다시 말해, 빈틈없는 묘사와 서술, 경탄스런 조어법으로 자연-인간-리듬이 어우러진 한판 시적 진경을 펼치고 있다.

이시에서 핵심 이미지와 메시지는 어떤것일까?

그늘과 뙤약볕 그리고 돌무더기로 역경을 이겨나가면서도 값있는 미래를 가꾸는 그림으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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