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시는 시적 요소와 운율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산문화 경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시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왜 어렵다고 할까? 그 원인의 하나가 이미지를 묘사해 내는 시어의 애매성으로 인한 난해성이다.
이 애매성은 시어 또는 시구의 의미가 이미지를 이끌어가는 맥락 속에서 그 사유가 상상력으로 확장되지 않아 난해성을 지니다 보니 발생하기도 하지만, 시에서 어떤 상징을 끌어왔을 때 그 상징이 다의성을 지닌 표현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원관념을 지니고 있는 비유적 표현과는 달리 상징은 원관념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의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시인의 입장에서는 표현하고자하는 원관념에 대한 형상을 정확하게 표현해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적실한 표현이 없다보니 상징적 표현을 빌려와서 원관념을 형상화 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에서 상징적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미지 묘사에서 이미지로 상징화된 표현이 추상적이고 막연한 원관념을 최대한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시에서의 상징과 그 시 속에서의 상징의 힘이 어떤 감동을 주고 있는가를 알아 보기위해 상징의 개념과 특성, 그리고 이러한 상징이 내포된 시 감상을 통하여 상징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Ⅱ. 상징의 개념과 특성
정여울 문학평론가님의 “문학작품 속에서의 상징의 힘” 이라는 평론에 이런 글이 있다.
“상징은 ‘자로 잰 듯 명확한 답’이 없다는 것 때문에 더더욱 문학을 문학답게 만드는 신비로운 에너지가 아닐까. 상징은 ‘너의 해석’과 ‘나의 해석’이 충돌하고 모순되는 과정 속에서 더욱 다채로운 의미의 향연을 연출한다. 우리가 쉽게 ‘A는 B를 상징하는 거야’라고 말하지 않고 단칼에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한 상징의 의미를 캐내기 위해 사유의 모험을 시작한다면, 결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징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저마다 애쓰다 보면 우리는 조금씩 상징의 묘미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제한된 언어로 ‘언어 이상’의 세계를 노래하고, 아주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현상에 대한 관찰만으로도 생의 신비를 노래할 수 있는 마법, 그것이 바로 상징의 힘이니. <몽상의 시학>에서 바슐라르는 ‘상징’이 마법오로 변신하는 순간을 이렇게 표현한다. 꽃이나 과일 같은 친숙하고도 단순한 대상이 갑자기 생각해 달라고, 자기 곁에서 꿈꾸어 달라고, 인간의 동반자 대열에 발돋움하는 걸 도와달라고, 시인에게 다가와서 부추기는 순간이 있다고. 물론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이 손쉽게 시적 몽상에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인이 대상을 한번 선택하면 대상 자체가 존재를 변화시키며, 그렇게 시인에게 선택된 대상은 ‘시적인 것’으로 승진한다고 말이다. 상징은 그 ‘모호성’을 대가로 수많은 해석의 자유를 선물해 주는 문학의 보물창고다. 상징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이나 사건들조차 수천 겹의 비밀로 반짝이게 하는 힘이 있다. 햇살에 눈부시게 부서지는 분수의 물방울이 수천수만 개의 스펙트럼으로 갈라지듯이 상징은 아주 압축적인 단어나 이미지를 통해 수많은 의미들이 숨어있을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 상징 없는 세상은 온통 검은색이나 흰색으로만 색칠된 스케치북처럼 단조롭고 지루하지 않을까.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에서 그저 눈에 보이는 축자적 의미만을 추출하고 만족한다면 아무런 함축된 의미도 없이 건조한 ‘팩트(fact)' 만이 창궐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권태롭고 지루할까.”(정여울, 문학평론가)
위의 글에 상징의 개념 특성 속성 역할 등 모든 개념이 다 함축 되어 있다. 그러나 위 소개 글은 읽는 순간은 이해가 되고 상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 상징의 힘이 바로 감동과 연결된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상징의 활용 기법에 관하여는 막연하다. 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상징의 ‘개념’ ‘속성’ ‘종류’ 등을 서술해 보고 상징으로 표현된 시의 감상을 통해 이미지 묘사의 상징 기법을 터득해 보고자한다.
1.개념
어떤 구체적 사물이 다른 대상을 표시하거나, 다른 영역의 의미를 암시하거나 환기시켜 주는 것을 뜻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관계에서 보면, 원관념은 배제되고 보조관념이 독립되어 함축적 의미와 암시적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비유가 원관념과 함께 새롭게 비교되는 대상으로서의 보조관념을 내세운다면 상징은 보조관념만 노출되고 원관념은 아예 숨어버린 은유(Brooks & Warren 1960:556)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문학에서의 상징은 형이상학적인 것, 보편적인 것으로 이해되었으나 이에 대해서 과도한 초월성과 이상성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틴달(W. Y. Tindall)이나 프롬(Fromm)의 경우 상징을 ‘내적 체험의 표상’이라고 보아 상징이 지시하는 것이 반드시 형이상학적이거나 초월적 실제가 아니라 작품에 따라서는 대상에 대한 복합적인 정서나 태도와 관련 된 것일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Tindall, 1974 : 5, Fromm, 1988 : 174)
이러한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고찰해 보면 상징(symbol)은 현상의 세계가 아닌 비가시적인 세계(정신세계) 혹은 관념을, 가시의 세계 혹은 감각이나 물질의 세계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다. 원래 ‘조립 한다’ ‘짜 맞춘다’의 뜻을 지닌 그리스어의 동사 symballein에서 유래한 말로 명사 symbolon은 부호, 증표, 기호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구려 시조 주몽과 유리왕자의 설화에서도 볼 수 있는, 부자간의 징표로 간직하는 쪼개진 칼도 어원상으로 볼 때는 상징의 의미에 해당된다.
그러나 문학적 용법으로서의 상징은 시인 개인이 창조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대상 즉, 이미지다. 시인이 의도한 바의 관념이나 비가시적인 이념 등을 암시하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이 상징이다. 그러다보니 관념이나 비가시적인 이념은 시에서 드러나지 않고 이를 암시하는 구체적인 상징적 이미지만이 시에서 드러난다. 아울러 드러난 이 상징적 이미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징적 이미지가 창작되는 과정, 즉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관념의 덩어리가 어떤 실체의 옷을 입게 되는가 하는 과정을 고찰해 봄으로서 상징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아무리 기다려도 꽃은 피지 않았다’에서 꽃은 사전적 의미의 직설적 언어 꽃이라기보다는 ‘간절한 기다림의 대상’ ‘희망이나 밝은 미래’ 또는 때에 따라서는 연시일 때는 사랑 고백 후의 승낙‘ 등의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이처럼 상징에 있어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인 상징적 이미지는 동시적이고 일체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개념의 고찰을 통해서 상징의 속성을 개조 식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2. 속성
1)상징의 본질은 의미의 암시성과 다의성이다.
2)비유에서는 원관념, 보조관념이 1 : 1의 유추적 관계를 보이지만, 상징에서는 1 : 다(多)의 다의적 관계이다.
3)상징은 비유와 달리 두 대상 간의 공통성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
4)상징은 원관념 파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5)상징의 표현은 대개 비물상적(非物象的)인 것이다.
6)상징은 어떤 사물이 자체의 의미를 유지하면서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원관념이 배제된 은유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을 지닌 상징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를 분석해 보면 그 상징의 속성과 특성에서 상징의 성격을 분류해 볼 수 있는데 보통 이를 문학이론에서는 또는 시론에서는 상징의 종류라는 말로 분류하고 있는바, 이 또한 개조식 으로 알기 쉽게 종류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3. 종류
1)원형적 상징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담겨 있는 대상에 대한 원초적인 이미지로서의 상징.
예>
•물 → 죽음과 이별, 충만한 사랑 상징, •달 → 그리움과 소망의 대상 상징.
•태양 → 희망, 생명, 탄생과 창조 상징, •불 → 정열, 욕망의 파괴 상징.
•바다 → 죽음과 재생, 무궁과 영원 상징, •봄 → 희망, 소생, 생명 상징.
2)관습적 상징(제도적 상징)
한 사회에서 오랫동안 쓰여 관례적이고 공공성을 띠며,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징
예>
•십자가 → 속죄양 의식 상징, •비둘기 → 평화 상징, •소나무 → 절개 상징,
•백합 → 순결 상징.
3)개인적 상징(개성적, 창조적, 문학적 상징)
개인에 의해 독창적으로 만들어져서 참신한 문학적 효과를 발휘하는 상징으로, 의미의 폭이 넓고 암시적이다.
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서 '국화' → 시련을 겪은 뒤의 원숙미
위에서 살펴본 상징의 여러 종류 가운데서 개인적 상징이 문학에서 추구 하는 상징 이다. 이 개인적 상징이야 말로 좋은 시 창작의 지름길 이다. 따라서 이미지를 설정하여 이 이미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바로 상징물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Ⅲ. 상징으로 묘사된 시 감상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감상]
일반적으로 국화라는 형상은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일종의 관습적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위의 시 서정주 시인의 「 국화 옆에서」는 국화에서 방황 끝에 도달한 성숙의 경지를 이미지화한 의미를 상징으로 담고 있기에 개인적 상징의 시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거쳐야 했던 아픔과 어려움의 과정을 비유적으로 형상화하면서, 그렇게 하여 이루어진 꽃의 모습에서 삶의 깊이와 생명의 본질적 모습을 읽어내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담은 시다.
국화꽃이라는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 속에 봄의 소쩍새 울음과 여름의 천둥 번개, 그리고 가을의 무서리 등 여러 가지 체험이 융합되어 있다. 생명이 탄생하는 그 순간은 결코 고립되거나 정태적인 순간이 아니다. 여러 체험들이 퇴적됨으로서 그 순간은 시간의 지속 가운데 많은 과거들이 내포되어 집중적으로 압축되어 있는 한 통일체를 형성하는 순간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체험의 순간적 표현이라는 본래의 서정 양식 속에서 체험의 연속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이 시에서 제시된 누님의 모습은 확실히 어떤 성숙하고 은은한 동양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것은 곧 삶의 욕망을 격정적으로 노래했던 시인이 조화로운 삶의 원형을 회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적 경지를 확보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 작품은 흔하디흔한 사물인 국화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살펴본 결과이며, 국화에서 생명이 탄생하기까지의 우주적 질서를 포착한 시다.
그롱거 언덕(Grongar Hill) / 다이어(John Dyer)
보라
강물은 흐르고 있다.
숲과 초원도 헤쳐 가며 흐르고 있다.
빛 아래서도 그늘 아래서도 흐르고 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물결은 물결을 따르면서
그 깊은 어디를 향하고
변덕 수다한 긴 여로를 가고 있다.
마치 인간들이 끝없는 잠의 세계를
가고 있듯
[감상]
위 시는 원형적 상징의 시라 할 수 있다. 원형적 상징은 역사나 문학, 종교, 풍습 등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이미지로써 문화의 동일성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인류 공통에 호소하는 의미나 관념을 가지고 있다. 상징의 종류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현대시에서 많이 사용되는 원형적 이미지인 물, 강, 바다 등은 탄생과 죽음, 정화와 속죄, 무한과 영원, 생의 순환, 시간의 흐름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형적 이미지로는 물, 강, 바다 외에도 태양, 색체, 배, 바람, 계절등이 있다.
그롱거 언덕, 이 시는 시골을 회화적·고전적 풍경으로 그리고 있다. 시인은 타우이 계곡을 굽어보는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을 묘사하며, 이를 계기로 인간의 운명에 대한 사색에 잠긴다.
다이어의 시에서 강은 ‘그 깊은 어디’를 향해 흐르고 있다. 이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는 것으로 인간이 ‘끝없는 잠의 세계’로 가고 있는 것과 연관되어 죽음과 맞닿은 세계로 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강은 ‘끝없는 잠’, ‘망각’, ‘죽음’을 향해 흐르고 이때의 강은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삶이 아닌 미래의 죽음을 상징(이승훈, 2009, 18)한다고 볼 수 있다.
울음이타는 가을 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춘향이 마음>(1962)-
[감상]
‘가을’이라는 계절의 상징적 의미와 동반하여 ‘바다에 다 와 가는’ 강물의 상징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즉 최종 목적지인 죽음에 다다르고 있는 삶의 과정을 강물의 흐름이 상징적으로 형상화 하고 있다.
이의 상징성에서 유추해 내는 이 시에서의 '강'은 우선적으로 인생의 변화와 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그에 비해 '바다'는 무궁함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의 '바다'는 유한성과 무한성의 합일 혹은 인간의 삶과 자연의 합일이라는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물(눈물-강-바다)과 불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소멸(죽음)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서 ‘울음이 타는 강’은 저녁노을이 물든 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시구로 물의 이미지와 불의 이미지를 결합된 표현이고 '사라져 가는 모든 것에 대한 슬픔'을 상징한다. 또한 ‘소리가 죽은 가을 강’은 인생의 유한성을 인식하며 슬픔과 한을 내면화한 모습으로 내면의 슬픔이 고도로 절제된 모습의 상징이다.
그리고 ‘바다’는 죽음과 재생, 유한성과 무한성의 합일을 나타내는 원형적 이미지를 상징하고 있다 하겠다. 따라서 원형적 이미지로서의 "강(바다, 물)", “물(강, 바다)”은 "창조의 신비, 탄생, 죽음, 소생, 정화와속죄, 풍요와 성장" 등이다. 일반적으로 '강'의 이미지가 인생의순환의 변화상을 나타내는 것에 비해, '바다'의 이미지는 영혼의 신비와 무한성, 무궁과 영원 등을 나타낸다.
위의 두 작품 “그롱거 언덕(Grongar Hill) / 다이어(John Dyer)”의 시와 “울음이타는 가을 강 / 박재삼”의 시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창작 된 작품이지만 강물이라는 원형적 이미지가 인류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상징성 차원에서 공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끝으로 시와이야기에 올려진 시 한편을 상징적 측면에서 감상 해본다.
환상통 / 김윤선
별의 입성은 가혹한 미래
나를 삼키려는 무모한 입자들이 부유한다
퀼트로 짜여가는 시간 속에 하나가 되어가는 순간,
그것은 불가능한 체위
팽팽한 기억의 징후로만 읽혀진
불구의 몸을 다독인다
너의 등 뒤에서 오래된 냉기를 끌어온다
굽은 등으로 누운 넌 왼쪽
난 오른쪽에서 늘 왼쪽을 본다
두꺼운 커튼을 드리운 경계선의 배후는 어둠,
숨겨둔 은총을 베푸는 일이라고 하지
톨레랑스* 별 그림자는 이명으로 울고
나는 왼쪽으로 깊어간다
별자리 끝에 걸어 둔 새벽은 이슬을 머금은 울음,
울음 속에 열린 울음에는 더 미묘한 부속과 장치가 서로의 체온을 공유한다
고단한 생의 순례길을 떠나는 존재의 부재,
체위 속에 퍼져나오는 비릿한 정표는
나에게 귀환하기를 거부했다
환상통을 앓는 조각난 기억들이
무한대로 일어선다
새로운 별이 되어
*자기와 다른 종교, 종파, 신앙을 가진 사람의 입장과 권리를 용인하는 일
[감상]
이 시에서 환상통의 상징은 개인적 상징의 별이다.
별의 입성을 무수한 통증으로 묘사해서, 그 무수한이 통증의 조각난 기억이 되고 이 조각난 기억들이 별로 은유된 상징이 된다.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의 통증이 별들이 반짝이듯 그런 현상으로 묘사됨을 표현하기위해
별의 입성을 상징으로 묘사했다 하겠다. 이미지 시 쓰기에서 귀를 자른 고흐 사진을 보고 시인 자신을 본것 같은 사유 속에서 담아낸 시라는 시인의 시작 노트가
이시의 메시지와 이미지를 전부 설명하고 있다.
Ⅳ. 나가기
시 작품 속에서의 상징의 힘을 알아보기 위해 현대시에서의 상징의 의미를 고찰해 보고 개념과 특성을 통해서 상징의 다양성과 다의미성을 살펴보았다.
리차즈(I. A. Richards)는 ‘비평의 10가지 난관’ 중 한 가지로 ‘직서直敍→직유→은유→상징의 순서로 시는 효과적이며 시의 성공도가 좌우된다고 생각하는 표현 기교에 대한 선입관’을 지적(Richards, 1973 : 13-18)하고 있는데 이는 한편으로 상징이 직서나 비유에 비해 보다 고차원적이고 어려운 수사법이라는 견해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징에 관한 논의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개별 작품에 나타난 상징적 이미지들이 일관되게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상징의 의미를 손에 꽉 쥐어 줄 수는 없었지만 이미지묘사에서 상징은 어떤 것이라는 개념과 특성은 파악 되었으리라 본다.
시 창작에 여념이 없는 시학도 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을 것을 기대하면서 본 소고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