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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학과 시

#심상의 개념과 기능



#심상의 개념과 기능


이근모(시인)



I.개념

주제에서 말하는 심상을 한자로 표현하면 心象 또는 心像이다.

心은 마음 심이고 象은 모양 상이며 像은 형상 상으로 이를 직역하면 마음의 모양, 마음의 형상으로 풀어 쓰나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뜻은 다음과같다


①[문학] 감각 기관에 대한 자극 없이 의식 속에 떠오르는 영상

②[심리] 상상력에 의하여 구체적인 정경(情景)을 마음속에 그림

③의식 속에 떠오르는 관념 중에서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성격을 지닌 것을 이르며, 과거에 지각(知覺)했던 것이 상기(想起)된 것도 있고, 여태까지 지각했던 일은 없으나 소설을 읽거나 남의 이야기를 듣거나 하여 마음에 떠오르는 것도 있다


이렇듯 사전에서 정의하는 문학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 그리고 통상적 측면을 종합한 개념을 정리하면


감각기관에 의해 떠오르는 대상에 대한 영상이나 대상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도록 자극하는 말로 감각을 재현하는 감각적인 표현을 일컫는다. 이미지(image) · 형상(形象)이라고도 한다.


자칫 잘못 하면 이미지 또는 형상을 그린다하여 추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추상어를 사용해서 그려준 그림은 추상적 의미에 불과 하지 진정한 이미지라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나는 용감하게 싸웠다"고 했을 때

이 용감하다가 어느 정도로 용감한지 구체적 그림을 그려놓지 못했기 때문에 이는단순 추상적 의미 일 뿐이다. 그러나 이 용감하다를 계량적으로 그강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주어 표현했다면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즉 "용감하게 싸웠다"를 "성난사자처럼싸웠다" 이렇게 표현했다면 용감한 정도를 느껴볼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주었기 때문에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살펴볼 때 시에서의 심상은 추상적 형상이 아닌 이미지적 형상만이 심상 이라고 그 개념을 말한다.


예> 그는 용감하게 싸웠다.(추상적 의미) → 그는 성난 사자처럼 싸웠다.(이미지)


II.기능

이러한 심상의 개념에 입각하여 표현된 이미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가진다.


⑴ 함축적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다.

⑵ 대상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표현한다.

⑶ 보통의 언어로써 풀이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⑷ 매우 뚜렷하고도 직접적인 인상을 전해 준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능별 예를 들어 본다.


●함축적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의 경우


김수영의 <풀>이란 시에서 '풀'은 단순한 식물로서의 '풀'이 아닌, 저항적인 인간, 민중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미지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준다.


●대상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표현한 기능의 경우


-그 녀석 눈이 참 곱군.(개념적 서술) → 그 녀석 눈이 샛별 같아. (직유에 의한 이미지)

-아름다운 여인 (추상적 진술) → 국화같은 여인 (이미지)


●보통의 언어로써 풀이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경우


김동명의 <내 마음은>이란 시에서는 '나'의 마음을 '호수'라는 비유적 이미지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그대'가 노를 저어 올 수 있고, '나'는 '그대'의 뱃전에 부서질 수 있는 '나'의 내면심리가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매우 뚜렷하고도 직접적인 인상을 전해 주는 경우


이미지는 대개 감각적 경험과 구체적 사물을 나타내는 언어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뚜렷하고 직접적인 인상을 남기게 된다.


III. 기능별 시 감상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창작과 비평>(1968)-


[개관 정리]

◆ 성격 : 상징적, 주지적, 의지적, 참여적, 역동적

◆ 표현

* '눕다' ↔ '일어나다', '울다' ↔ '웃다'라는 네 개의 동사가 반복적인 대립 구조

* 동일한 통사구조의 반복

* 대립적 심상의 반복

* 반복을 통한 시의 역동감과 리듬감을 획득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풀 →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질긴 생명력 을 지닌 존재로 권력자에 천대받고 억압 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불의에 저항해온 민중(민초)들

* 눕는다 → 풀의 여리고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

* 동풍(바람) → 반민중 세력, 억압, 독재 권력, 가혹한 현실,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는 힘(정치 경제적 권력)으로 풀과 대립적인 심상

* -보다 → 풀과 바람의 대립적 국면을 좀더 확실하게 하는 기능을 함.

* 울었다 → 무력한 굴복. 짓밟힘을 당함.

* 날이 흐려서 → 억압하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

*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 겁을 먹고 미리 굴복함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민중의 각성. 억압을 뚫고 저항하는 행위로 나약한 존재의 의미를 지닌 풀이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전환되는 계기가 표현됨.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의 모습으로 전환되는 부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풀의 넉넉함과 너그러움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현재의 상황을 표현한 구절로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현실인식

* 풀뿌리 → 민중을 억누르는 더욱 가혹한 억압과 그 억압을 뚫고 일어서는 더욱 거센 저항의 몸짓을 연상케 하는 표현임.

◆ 주제 : 민중의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풀의 수동성(나약함)

◆ 2연 : 풀의 능동성(강인함)

◆ 3연 : 풀의 강인한 생명력(의지력)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풀'은 김수영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시다. 때문에 그의 시세계가 이 시에 축약되어 있는 것으로 보려는, 그럼으로써 '풀/바람'의 암호를 풀려는 노력은 계속 있어 왔다. 풀은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동시에 어떤 힘에 의해서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이다. 김수영의 시세계 전체를 볼 때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바람이 불고, 풀은 그에 따라 흔들리기만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는 시인의 발언은, 풀/바람이라는 대립구도로 짜여진 이 시에서, 모든 서술어(눕는다, 울었다, 누웠다, 일어난다, 웃는다)의 주체가 풀이라는 데서부터 잘 드러난다.

풀과 바람의 싸움은 이 세상에 있는 연약한 민중들의 굳센 생명력과 그것을 억누르고 괴롭히려는 세력의 싸움인 것이다. 이 싸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생명의 끈질김이야말로 어떤 불의한 외부의 억압도 이겨내는 힘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에서 역사의 흐름이 비관적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이 시는 아주 일상적인 자연물인 풀과 바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다.

시인이 보기에 풀은 자신의 삶과 생명력을, 주체성을 가진 존재이다. 좁은 땅에 뿌리박고 지루한 삶을 견디며 자유로운 바람에 희롱당하는 것 같지만, 기실 풀의 생명력은 무엇보다도 강인하다. 그것은 자기 삶을 훌륭하게 견뎌낸다. 때로 그것은 바람보다 빨리 눕고 먼저 일어나는 예언자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쓰러졌을 때 먼저 일어나고 울 때 먼저 웃는 인고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시는 김수영의 참여 시인으로서의 면목을 엿보게 한 작품이다. 시인이 참여시의 옹호자로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대목은 단순하게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그 사회의 모순 구조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그것은 보다 포괄적이고 정교화 되어 있다. 시인은 통제된 질서보다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로서의 혼돈이 시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더욱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시라는 형식을 통해 더 많은 자유의 획득을 부르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38선을 뚫는 힘이 되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기적이 한 편의 시를 이루고, 이런 시의 축적을 통해 진정한 민족의 역사적 기점이 이룩되는 것이다. 그는 이 점에서 앙가지망 즉, 참여시의 효용성을 신용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내 마음은 /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湖水)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玉)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門)을 닫어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最後)의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落葉)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조광>(1937)-


[개관 정리]

◆ 성격 : 낭만적, 비유적, 상징적

◆ 특성

① 다양한 비유의 심상으로 '나'의 마음을 드러냄.

② 부드럽게 호소하는 듯한 독백적인 어조

③ 경어체를 사용하여 리드미컬한 어감으로 내재율을 살림.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1연 → '호수(푸른색)'와 '흰 그림자(흰색)'이 색채 대비를 통해 사랑의 순수함을 드러낸다. 특히 임의 뱃전에 부서지겠다고 말하면서 임을 향한 열정적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대'는 '흰 그림자'와 '뱃전'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 2연 → '촛불'은 자신을 불태워 세상을 밝히는 존재로, 이 구절은 그대(임)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 3연 → 나그네처럼 방황하는 나를 위해 그대가 피리를 불어 준다면 나는 그대를 생각하면서 호젓한 밤을 하얗게 새우겠다는 의미로,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느끼는 외로움을 나그네의 애상감에 비유하고 있다.

* 4연 → 바람이 불면 어디론가 떠나가는 낙엽과 같은 나의 애달픈 사랑을 드러내고 있는 구절로, 애상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 제재 : '나'의 마음

◆ 주제 : 사랑의 기쁨과 애달픔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사랑의 기쁨

◆ 2연 : 헌신적인 사랑

◆ 3연 : 사랑의 그리움

◆ 4연 : 사랑의 외로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다양한 비유적 심상을 통해 사랑의 기쁨과 애상감을 노래하고 있다. 가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 작품에는 시인의 간절하고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 형상화되어 있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유사한 구조를 지닌 4연의 반복으로 되어 있다. 먼저 '내 마음'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제시한 다음에 '그대'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하게 만들고, 그런 다음에 화자의 행위를 드러내는 구조가 반복되어 있다. 시인은 이러한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사랑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내 마음'을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에 비유하고 있다. '호수'와 '촛불'은 그대와의 만남을 통해 느끼게 되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의 기쁨을 드러낸다. 그러나 '나그네'와 '낙엽'은 그대를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함축한다. 즉, 이 작품은 사랑을 하면서 보편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두 가지의 상반된 정서, 즉 사랑의 기쁨과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이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사랑의 열정을 노래하는 전반부(1, 2연)와 사랑의 애상감을 노래하는 후반부(3, 4연)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전반부와 후반부는 어떤 연결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아 서로 긴밀한 관계를 이룬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을 시인의 계산된 의도로 본다면, 그 단절을 통해 독자에게 충격을 주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처음에는 정열로 타오르지만 결국에는 슬프게 끝나고 마는 사랑의 무상함을 노래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IV.결어

지면의 제약으로 예를 들었던 두 편의 시만 감상으로 올렸다.

지금 여기에 올린내용은 시 창작의 참고 이론일 뿐이다. 너무 이론에 집착하지 말고 가슴이 시키는대로 시창작에 임하는 것이 최상의 시 쓰기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다음의 메시지로 강의를 마친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참고 문헌]

우리말 우리글 현대문학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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