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에 관하여 강의를 하는 시인 모두, 시를 쓸 때는 수학의 정답 같은 글이 아닌 독자로 하여금 사고하며 상상력을 부여 받을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고 말 할 뿐 아니라 이를 시 창작의 기본 ABC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그러면 여기서 상상력 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개념 정리를 하고나서 이야기를 전개 할까 한다. 먼저 상상(想像)이라는 낱말의 뜻을 알아보면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이나 존재하지 않은 대상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 이라고 정의하며 심리적으로 ‘현재의 머릿속에 없는 표상(表象)을 만들어 내는 마음의 작용’을 의미한다. 또한, 상상력(想像力)이라 하면 일종의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상상을 하는 능력’을 말한다.
누구나 다 상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상을 얼마만큼 확장 시켜 나갈 수 있는가는 그 상상을 확장 시킬 수 있는 능력, 즉 상상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상상력은 누구나 다 똑 같은 능력이 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차가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 이 상상하는 능력을 키우는 사람은 더 좋은 글도 쓸 수 있고 그런 글을 접했을 때의 감상 능력도 뛰어날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주제의 이야기를 펼쳐볼까 한다.
2008 년10 월 9 일 자 한겨례 신문에서 안도현 시인의 문학칼럼을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 본다. 그 칼럼의 핵심은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 라는 것이었다.
칼럼의 서두가 주제에 관한 핵심을 그대로 나타 내고 있어 그 당시 그 서두 글을 메모해 두었던 것을 여기에 먼저 소개해 본다.
"비유는 일상적 언어 규범에서 일탈해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언어 용법이다.
은유, 직유, 재유, 환유의 뒷글자인 유(喩)는 ‘말하다’는 뜻의 ‘구’(口)와 ‘옮기다’라는 뜻을 가진 ‘유’(兪)의 결합이다. 즉, 비유란 말의 원래 뜻을 옮겨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개나리꽃은 노랗다’는 일상 언어를 ‘개나리꽃은 병아리 부리다’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바꿔보자. 이 병아리 부리 속에는 노란 색깔 이외에도 개나리 꽃의 모양, 꽃잎의 연약함, 봄의 이미지 등이 첨가된다. ‘노랗다’는 일상 언어의 평이함이 전면 확장되어 의미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위의 글은 비유의 개념을 확실하게 손에 잡을 수 있도록 설명을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비유로 인하여 독자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확장 시킬 수 있는 맛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상과 대상을 연결하는 비유에서 일부러 꼬이게 하고 비틀고 덧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상상력을 확장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아마 그래서 안도현 시인도 “꾸미지 않고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하고 주문하였다고 본다.
상상력의 확장에 대한 소고를 여는 말을 통하여 언급하였다. 주제와 관련있는 시 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면서 나의 졸시로 상상력을 확장 시키는 시를 감상해 볼까 한다.
2. 상상력을 확장해 주는 시
시를 읽고 감상하면서 그 시에 대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기 위해 가급적 시작노트 또는 시 감상에 대한 설명을 피하고 그저 시만 올리는 것으로 할까 하였으나 여러분의 시 감상을 통한 상상과 나의 시작 노트가 어떻게 다르고 차이가 있는가를 비교해 보시라는 뜻에서 간단히 시와 함께 시작노트까지 기술해 본다.
대서(大暑)의 여자 / 이근모
무더위가 절정으로 신음하는 대서(大暑) / 나는 우산을 쓰고 햇빛을 먹고 있네. //
하늘엔 비구름이 / 내가 먹는 햇살을 시샘하고 // 온몸에 밴 땀 / 전율하는 내 몸을 애무질 하네. //
비는 내리지 않고 / 밀고 당기듯 애태우는 비구름. // 애태우게 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 애태우게 한다고 갈증이 더하나요. // 주룩주룩 빗물이 땀방울에 올라앉은 날 / 나는야 해 뜬 날 쓰고 있던 우산을 접고 // 내리는 빗방울로 땀방울 반죽하여 / 철떡 철떡 방아 찧었네. //
그립고 아쉬워 조이던 가슴
뻥뻥 뚫어지게 하려고
대서의 여자, / 그렇게도 나를 애태웠나 보네.
레드 와인을 그라스에 부딪쳐 마시고 온밤을 너와 나는 현악기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는 거룩하였고 그라스에 찰랑찰랑 환희로 채워 우리의 목을 축여주었다. 가늘게 뜬 눈을 당신의 혀 밑에 밀어 넣으니 우리는 한 몸으로 숭고해졌다. 당신은 당신의 소리를 나에게 바쳤고 나는 나의 소리를 당신께 바쳤다. 아스라이 물결이 울려 퍼지고 열대야의 밤은 시침, 분침, 초침까지도 온전히 제자리에 멈추게 하였다. 멈춤의 시간은 더욱 영원한 세계로 치닫는 듯했고 당신이 켜는 현악기 소리 또한 잔잔한 물결로 반짝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다섯 번의 고지를 향해 열대야가 서서히 열기를 식혀 갈 때 그라스에 채워진 환희가 마르고 당신이 켜는 현악기 떨림은 다섯 번이나 팽팽하게 튕겨 나왔다. 우리는 이렇게 화음의 일치 속에서 사랑하였지만 열대야의 온밤을 정복하지는 못 했다. 나는 새벽을 맞으려 홀연히 일어섰고 당신은 또 다른 새벽을 향해 현악기 줄을 당기고 있었다.
[감상]
위 시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자칫 잘못 남녀의 행위 관계로 상상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독자의 상상을 유도 할 뿐, 금년 처럼 무덥기만 하는 여름 기온을 잊게 하기 위한 발상 전환으로 쓴 시다.
이 시에서 핵심의 싯귀는 "다섯 번의 고지를 향해 열대야가 서서히 열기를 식혀 갈 때" 이다. 이는 잠못 이루고 열대야와 싸우는 시간이 새벽 다섯시 까지 진행되었다는 의미의 함축으로 이열치열과 같은 그런 방법으로 더위를 이기고 있다는 의미다.
"나는 새벽을 맞으려 홀연히 일어섰고" 이는 비로소 잠이 들었다는 의미의 은유이고
" 당신은 또 다른 새벽을 향해 현악기 줄을 당기고 있었다" 이는 열대야는 그때도 지속 되고 있었다는 의미의 은유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고 독자의 무한한 상상에 맡길 뿐이다.
더 이상 사모(思慕)하지 않아 / 이근모
이제는 사모 하지 않아
헤아릴 수없는 밤을
너무 많이 울었기 때문이야
눈물 담은 노래를 별에 싣고
낮에 나온 반달이 되지않게
그냥 그렇게 온밤을 울다
샛별 너머 그대 모습 다가오면
그때는 이미 늦어버리니까
사모의 밤은 이미 지나갔어
달그림자가 해를 삼키는데
너의 고독이 나의 고독을
만져주길 바라진 않겠어
그리움에 떨던 밤이 끔찍도 한데
어찌 너를 사모할 수 있겠어
멍으로 물든 까만 밤이
너는 그렇게도 좋았니?
슬프다 외롭다 하면서
어찌 너를 사모할 수 있겠어
그냥 뚝 울음 그치듯
우리 생애 안온하게 웃을 수 있게
이제 더 이상 너를 사모하지 않을거야
외로울 때마다 너는
더욱 잔인 했는데
아무것도 헤아리지 못했는데
나의 울음에 익숙해져버린
너를 보듬는다는 것은
멈추어버린 나의 심장을
어떻게 뛰게할 수 있겠어
그리울 때마다
악몽만 떠올리는데
너를 사모하는 짓은
더 이상 하지 않아.
[감상]
위의 시는 불면을 원관념으로 하여 쓴 시로 시문의 그 어디에도 원관념 불면이라는 단어가 없다.
완전히 원관념 불면을 감추고 있어서 독자는 불면으로 상상하지 않고 오히려 연시의 상상으로 확장 시킬 수도 있다.
3.결어
시를 쓸때 일반의 기본 사항중에 시문의 낯설게 하기와 숨김과 드러냄을 적절하게 나타내어 시의 메타포*를 형성하게 하라는 이론이 있다. 이는 너무 드러내도 않되고 너무 숨겨서 독자로 하여금 이미지 형성에 장애를 일으키게 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내게 해서도 않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독자가 시감상을 할 때 상상력을 확장 시켜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인간의 상상력이란 거의 무한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하나의 사물이나 형상에서 유래하는 상상력은 매우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바로 상상력이 되어 시적 정서를 확장하고 시를 맛깔스럽게 다듬어 나간다. 이러한 상상과 상상력은 시인이 써놓은 상상력과 감상하는 독자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의미의 결에 숨어 있는 시인의 상상력을 읽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여 시는 독자의 상상력과 시인의 상상력이 일치 하는것이 원칙 같은 원칙 이겠지만 정말로 상상력이 확장되는 시는 독자마다 상상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시인의 상상력과도 다르게 나타날 때 상상력을 제대로 확장시킨 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