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 패러디와 표절에 대한 소고

  #메타버스ai문학학교

#문학강의



* 패러디와 표절에 대한 소고


   문학평론가 이현우 교수




치 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팬 티 / 임 보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 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거지 / 투르게네프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 - -

늙어 빠진 거지 하나가 나의 발길을 엄추게 한다.

눈물어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털복숭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 - -

오오, 가난은 어쩌면 이다지도 처참히 이 불행한 인간을 갉아 먹는 것일까!

그는 빨갛게 부풀은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 - -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듯 동냥을 청한다.

나는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를 모조리 뒤지기 시작했다. - - -

지갑도 없다, 시계도 없다, 손수건마저 없다 - - -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그러나 거지는 기다리고 있다 - - -

나에게 내민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리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줄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있는 그 더러운 손을 덥석 움켜 잡았다.

「 용서하시오, 형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구려」

거지는 충혈된 두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리한 두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스쳐갔다.

그리고 그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 괜찮습니다, 나리」하고 그는 속삭였다.

「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깨달았다 - - -

나도 이 형제에게서 적선을 받았다는 것을 - - -



투르게네프 사거리 / 이근모


나는 투르게네프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다.

파란 불이 켜져도 차량 모두 정지한 채다.

초록색 신호등을 가로막고

방실방실 여유롭게 걸어가는 모습,

너무나 고고하다.

고고한 그분, 이름 하여 똥개라는데

수많은 차를 좌지우지한다.

에쿠스 운전하다 멈춰선 신사

짜증을 뱉어낸다

마침 그곳에서 구걸하는 거지 한 분

멈춰선 차를 향해

「 100원만 주세요」

「 200원만 주세요, 300원만 주세요」

구걸하는 돈의 액수가 차종에 따라 다르다.

짜증만 내는 운전자들 거지를 쳐다보지 않는다.

그러자 거지 개한테 달려가더니

덥석 안아 차도 밖으로 쫓아낸다.

짜증 덜어주면 한 푼 줄줄 알고 - - -

그러나 운전자들, 마후라 검은 연기 확 품어

거지에게 쏟아 붓고 붕붕 달려가 버린다.

그 사거리에 자동차 바퀴 흔적만 밀려들 뿐

아무도 없었다

투르게네프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는

출근길 아침 - - -

나의 지갑에는 달랑 신용카드만 있었다.

깜빡이로 깜박깜박 그 거지에게 마음으로만 적선하고 떠났다.

그 거지 나의 깜박이는 마음을 보았을까?




*동전 두 개/ 이현우



따가운 시선 바람처럼 차갑다

지하철 입구의 얼어붙은 바닥

방황하는*투르게네프 길목


하루를 버티기 힘든 모진 목숨

의지하고 두 손 벌리고 누워 있네

못 본척  지나칠 수 없는 뒷모습

찔린 양심 주머니 속 살핀다


길 잃은 저 사람도

한 때는 아들이요,

누구의 남편이요,

한 아이의 아버지였을 게야


안타까운 마음

딸랑 동전 두 개

미안한 듯 내려놓는다


땡그랑 도루루루

땡그랑 도루루루


남몰래 두고 온 마음

부끄럽고 미안해

어쩔 줄 모르며 걷는다.




*작가 후기

투르게네프는 톨스토이와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의 대 문호다. 투르게네프의 대표작으로는  「농노 일기 」,「처녀지」,「연기 」,「 父子」, 「루싱 」등이 있다. 투르게네프의 거지라는 시를 패러디해 보았습니다



이근모 시인의 글은 패러디라는 문학 기법을 통해 삶과 예술,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합니다. 패러디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기존 작품에 새로운 해석을 더함으로써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창조적 행위입니다. 이 글에서는 패러디를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예술 형태로 확장하여,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과 삶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지 탐구합니다.


또한, 이 글은 패러디와 표절 사이의 구별을 명확히 하며, 패러디가 단순한 모방을 넘어 창의적 표현의 한 형태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문정희 시인의 <치마>와 임보 시인의 <팬티> 사례를 통해, 패러디가 기존 작품의 의미를 새롭게 확장시키고, 독창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예를 통해, 패러디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글은 패러디가 단지 풍자나 희극적 요소에 국한되지 않으며, 어떠한 주제나 사상에 대한 반응이나 재해석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패러디는 문학과 예술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근모 시인의 글은 패러디가 단순한 문학 기법을 넘어서, 우리 삶과 문화에 깊이 관여하며 그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패러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패러디에 대한 제안


• 패러디의 정의와 그 범위를 넓혀 설명하면서, 이 기법이 어떻게 다양한 예술 형태에서 활용되어 왔는지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삶과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합니다.


• 문정희 시인의 <치마>와 임보 시인의 <팬티>를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 작품 사례를 통해 패러디가 어떻게 기존의 의미나 메시지를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환시키는지 분석합니다.


• 패러디와 표절의 구별을 명확히 하면서, 패러디가 가지는 창조적 가치와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패러디가 단순한 모방이 아닌, 기존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재창조임을 부각합니다.


• 패러디가 가지는 치유와 정화의 기능에 대해 더 심도 깊게 탐구합니다. 예술을 통한 표현이 개인과 사회에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패러디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 마지막으로, 이근모 시인의 글에서 제시된 다양한 패러디 사례들을 통해, 패러디가 문학과 예술에서 어떻게 깊이 있는 사상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기여하는지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패러디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를 얻고, 그것을 자신의 창작 활동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영감을 제공합니다.


이 글을 통해 이근모 시인은 패러디가 단순한 문학 기법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예술적,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패러디는 기존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독창적이고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드러냅니다. 이로써 패러디는 예술의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문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패러디를 사용하는 예술가들이 표절과 창조 사이의 선을 구분하는 것은 예술적 진정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

 예술가는 패러디하고자 하는 원작의 내용, 스타일, 의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원작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되며, 원작의 메시지와 테마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거나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합니다.


• 창조적인 변형과 추가

 패러디는 단순한 복제가 아닌 창조적 변형을 필요로 합니다. 예술가는 원작의 요소들을 취해 새로운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거나, 추가적인 요소들을 도입함으로써 독자나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의 개인적 해석과 창의성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목적의 명확화

패러디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풍자, 비판, 오마주, 교육적 목적 등 다양한 이유로 패러디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 목적이 작품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목적에 따라 패러디의 방식과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법적 고려

표절과 창조 사이의 선을 법적으로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패러디는 저작권 법의 보호를 받는 창작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저작권 법과 패러디에 관한 규정을 숙지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자기 반성과 비판의 수용

자신의 작품이 표절과 창조 사이에서 어떻게 위치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자기 반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다른 예술가들, 비평가들, 대중으로부터의 비판과 피드백을 수용하는 개방적 태도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예술가는 패러디를 사용하여 표절과 창조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목소리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패러디는 원작에 대한 새로운 빛을 던지고, 예술적 대화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력의 경계를 넘어서: 메타포와 원관념/보조관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