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제 결제까지 대신한다
– 비자와 퍼플렉시티의 미래형 소비 실험”
1. AI가 결제를 시작했다: 기술의 새로운 경계선
2025년, 인공지능(AI)은 단지 질문에 답하는 도우미를 넘어 소비 행위를 실제로 수행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퍼플렉시티’라는 이름의 AI 스타트업과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가 협력한 이번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AI 에이전트는 항공권, 제품, 서비스 구매까지 사용자를 대신해 결정하고 결제까지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 AI는 단순히 정보를 분석하고 추천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스스로 예산 내에서 구매 조건을 인식하고, 직접 결제까지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사용자의 최종 확인이 필요하지만, 그 확인이 생략될 날도 머지않았다.
포레스텔 비자 측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결제는 AI 플랫폼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협력을 통해 기술적 경계를 넘고자 했다.”
2. AI 에이전트의 자율성과 사용자 통제권의 균형
이번 협업의 핵심은 ‘자율성과 통제권’이라는 두 축이 어떻게 조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사용자는 AI 에이전트에게 예산 한도와 조건을 부여하고, AI는 그 틀 안에서 최적의 구매 결정을 실행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AI에게 “1500달러 안에서 A에서 B로 이동할 항공권을 구매해줘”라고 명령한다면, AI는 다양한 항공사의 일정을 비교 분석한 후 사용자의 여행 성향과 과거 기록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서며, 인간의 의사결정을 ‘위임받는 AI’로 진화시키는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AI는 이제 도우미에서 ‘에이전트’로, 소비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주체로 나아가고 있다.
3. 개인 결제 데이터, AI의 ‘두 번째 뇌’가 되다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핵심은 ‘개인 결제 데이터의 통합 활용’이다. 퍼플렉시티의 최고 사업책임자(CBO) 드미트리 셰벨렌코는 “사용자가 동의하면 비자는 AI에 결제 내역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고도화된 개인화 추천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AI에게 “최고의 노트북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AI는 단순히 인기 제품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 개인의 구매 내역, 지출 성향, 사용 습관 등을 반영해 진짜 ‘맞춤형’ 추천을 하게 된다.
이는 AI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인간의 취향과 소비 습관을 학습하고 내면화한 ‘디지털 자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비자처럼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과의 협업은 AI의 정밀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된다.
4. AI 상거래의 도래: 변화하는 소비의 주체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향후 AI 상거래 생태계가 어떻게 구축될지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라 할 수 있다. AI가 이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대신 판단하고 실행하는 구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존 소비자-상인 관계를 재편할 수 있다. 소비자는 구매 과정에서 더 많은 결정을 AI에 위임하고, 상인은 ‘AI 고객’을 상대로 한 마케팅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이제 매장은 인간만이 아니라 AI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비자와 퍼플렉시티의 협업은 이런 생태계 변화의 신호탄이다. 비자와 같은 글로벌 결제 기업이 AI의 소비 대행 기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금융산업 전반의 ‘플랫폼화’와 ‘의사결정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5. 인간의 선택을 대신하는 AI,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AI가 항공권을 사고, 노트북을 추천하고, 외식 메뉴를 고르는 시대. 편리함과 효율성의 극대화는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인간 고유의 ‘선택하는 힘’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현상 또한 우려할 만하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그 기술을 둘러싼 윤리와 신뢰는 언제나 뒤따라야 한다. AI가 개인의 금융 정보를 다루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사용자의 동의, 투명한 프로토콜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비자-퍼플렉시티 협업은 단순한 결제 기술을 넘어서, AI와 인간 사이의 ‘의사결정 권한’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AI가 내리는 소비 결정에 얼마만큼의 신뢰를 두고, 또 어느 수준까지 권한을 위임할 것인가?
맺으며: AI 에이전트는 ‘디지털 소비자’가 된다
AI가 단순한 도우미를 넘어 진정한 소비 행위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AI 에이전트가 정보 탐색부터 의사결정, 결제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모델로의 진입점을 제시한다.
이는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더 나은 결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로 작동하게 하는 것.
AI 소비 시대의 문은 이미 열렸다. 이제 우리는 그 문 안으로 어떻게 들어설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