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AI의 만남, 구글 제미나이 시대의 개막
– 기술은 자라고, 책임도 함께 자란다”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아이들 손에 들어온 인공지능, 시대는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구글이 어린이용 제미나이 서비스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AI의 조기 노출’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제 13세 미만의 어린이도,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제미나이 앱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숙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스스로 이야기를 창작할 수도 있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 안에 들어와 그들의 성장을 함께 돕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어린이는 AI와 함께 자라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 우리는 아이가 그 안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있는가?
2. 부모 동의와 ‘패밀리 링크’, AI 사용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구글은 이번 제미나이의 어린이용 서비스를 통해 부모가 자녀의 AI 사용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패밀리 링크(Family Link)’를 기반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자녀가 처음 챗봇에 접속할 때 알림이 전송되며, 부모가 Gmail, YouTube 등의 접근 권한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접근 허용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양육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조한 시도이다. 아이들에게 AI는 단순한 도우미가 아닌 ‘대화 파트너’로 인식되기 쉬운 존재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AI를 ‘비판적 사고’로 마주하게끔 교육할 책임이 있다. 챗봇은 인간이 아니며, 그 답변이 반드시 정답일 수 없다는 점을 어린 시절부터 이해시키는 일, 그것이 이 시대 부모의 새로운 역할이다.
3. 교육도우미로서의 AI, 아이들의 창의력에 불을 붙일까
분명 제미나이는 아이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특히 자율학습, 호기심 충족, 창작 활동 등에서 AI는 강력한 도우미가 된다.
아이들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배우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제미나이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며 언어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다. 교육 도구로서의 AI는 이미 다양한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되고 있으며, 구글은 이를 어린이 친화적으로 재설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올바른 사용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AI는 ‘책’이 아니라 ‘대화 상대’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시 확인하며,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과정이 함께하지 않으면, AI는 학습이 아닌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4. 환각과 오류의 위험, 아이들은 더 취약하다
AI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 구글 역시 이번 발표에서 “챗봇이 실수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불리는 AI의 정보 오류 현상은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며, 특히 비판적 사고력이 부족한 어린이에게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비단 기술의 오류만이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의 적절성 또한 민감한 사안이다. 아무리 필터링 장치를 걸어도 예기치 못한 이미지나 설명이 전달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또한, 개인 정보 보호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아이들은 종종 무심코 자신의 이름, 주소, 가족 정보 등을 입력할 수 있으며, 이는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취약점을 만든다. 구글은 이번 서비스에 대해 “어린이의 대화 내용을 AI 학습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정보 노출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 교육의 미래인가, 또 다른 실험대상인가
어린이용 AI 서비스는 분명 교육의 미래를 향한 도전적인 발걸음이다. 그러나 ‘기술이 앞서가고 제도는 뒤따라가는’ 과거의 반복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AI 관련 소송과 기술 오남용 문제는 단순한 이슈를 넘어서 사회적 불신을 키워왔다. 2024년 캐릭터닷AI 사건처럼, AI가 청소년의 정서와 사고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상업화가 진행되었을 때의 부작용은 명백하다.
아이들을 위한 기술일수록, ‘기회’와 ‘책임’의 균형이 절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AI를 교육에 통합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분명 미래 지향적 시도지만, 구글 제미나이가 그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는 더 철저한 윤리적 기준과 학부모의 주체적 교육 관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은 아이들과 함께 자란다. 하지만 아이들이 기술의 실험대상이 되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먼저 자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