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국의 권력 재편
오픈AI와 MS, 동맹인가 분기점인가”
글로벌연합대학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1. 새로운 AI 질서의 예고편: 재협상의 서막
2025년 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뒤흔들 한 장의 문서가 조용히 논의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이 두 거인의 동맹이 재협상을 통해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2030년 종료 예정인 전략적 파트너십의 재조정은 단순한 계약 갱신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향후 AI 기술 소유권, 산업 지배권, 플랫폼 종속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특히 오픈AI의 기업 공개(IPO) 추진과 독립 인프라 ‘스타게이트’ 구축이 이 협상의 핵심 배경이 되고 있다.
오픈AI가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독자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MS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탄이다. 반면, 지금까지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MS 입장에서는 오픈AI의 기술적 성과와 수익성의 일부를 계속 보장받아야만 한다. 이처럼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협상은 전략이 아닌 감정의 문제로까지 치닫고 있다.
2. AI 동맹의 균열: 이상과 현실 사이
오픈AI는 ‘비영리 정신’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그러나 2023년 이후 급격히 상업화된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인류에 기여하는 AI’라는 원칙은 점차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게 되었다. 그 중심에 MS가 있었다. 초거대 모델 개발을 위한 자금과 컴퓨팅 인프라 제공자로서 MS는 오픈AI의 부상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젠 그 관계가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오픈AI는 MS에 AI 서비스 수익의 20%를 넘겨주는 구조를 '불합리한 계약'으로 인식하며, 자율적인 기업 구조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스타게이트’라는 독자 인프라는 바로 이러한 움직임의 상징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독립 선언이 아니라, AI 산업 내 권력 재편의 신호이기도 하다.
3. MS의 반격: 기술 패권을 향한 조건부 양보
그러나 MS도 물러설 수 없다. 애저(Azure) 기반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오픈AI 모델에 의존하고 있고, MS 자체 모델이 아직은 오픈AI를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MS는 일정 지분을 포기하더라도 2030년 이후의 신기술 접근권 확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린다.
이러한 접근은 '부분 양보를 통한 장기적 우위 확보'라는 전략적 도박이다. 문제는 오픈AI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다. 감정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정황은, 협상이 단순히 비즈니스가 아닌 ‘기술 철학’과 ‘소유의 주체’를 둘러싼 본질적인 충돌임을 보여준다. 이는 곧 ‘누가 AI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4. AI 플랫폼 주도권 경쟁과 IPO의 그림자
이번 협상에서 주목할 대목은 오픈AI가 IPO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적 독립만이 아니라 자본시장에서의 평가를 통해 세계적인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하지만 MS가 협상을 거부할 경우, 기업 구조 전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IPO 추진 역시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MS는 오픈AI의 상장으로 인해 자신들이 투자한 기술적 자산이 타 기업에게 흘러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이익 배분뿐 아니라 기술적 통제권도 일정 부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는 결국 ‘공공재로서의 AI’와 ‘사유화된 AI 기업’ 사이의 긴장으로 귀결된다.
5. 글로벌 AI 생태계의 미래 시나리오
이 협상의 향방은 단지 오픈AI와 MS 두 기업의 미래만이 아니라, 글로벌 AI 생태계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오픈AI가 완전한 독립에 성공하고 자체 플랫폼을 통한 모델 서비스를 본격화한다면,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과의 경쟁도 보다 직접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반면, MS가 기술 접근권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게 된다면, 애저 중심의 AI 생태계는 당분간 안정적인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 사안은 AI 규제와 윤리 문제에 있어서도 주요 논점이 될 것이다.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누가 모델을 훈련시키며, 결과물의 윤리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권 다툼을 넘어 사회적 책임의 영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결론
이번 협상은 단지 금전적 이해를 조율하는 테이블이 아니다. 그것은 ‘AI의 주권’을 두고 벌어지는 현대 디지털 제국 간의 외교전이며, 플랫폼과 기술, 철학과 자본이 복잡하게 얽힌 미래의 서곡이다. 오픈AI와 MS는 협상을 통해 미래의 ‘동반자’가 될 수도, 혹은 ‘경쟁자’로 각자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인류 전체의 AI 생태계에 어떤 균열과 혁신을 가져올 것인가이다.